기업들 생산 늘려도 고용 억제…일용직 비율 급증

  • 입력 2003년 10월 5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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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경기가 회복돼도 실업은 별로 줄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Recovery)’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투자를 늘리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더라도 갈수록 심해지는 실업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5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1993∼1997년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9%. 실업률은 연평균 2.42%였다.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추이
연도성장률(%)실업률(%)
1993 5.5 2.9
1994 8.3 2.5
1995 8.9 2.1
1996 6.8 2.0
1997 5.0 2.6
1998 -6.7 7.0
1999 10.9 6.3
2000 9.3 4.1
2001 3.1 3.8
2002 6.3 3.1
자료:한국은행

반면 외환위기 이후인 99년부터 2002년까지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7.4%로 93∼97년에 비해 0.5%포인트 높지만 실업률은 4.32%에 이르렀다.

보통 한국 고용시장에서는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상승하면 실업률은 0.28%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성장률이 전년 대비 10%를 웃돌아도 실업률은 3% 이상에서 머물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용수(趙庸秀) 연구위원은 “실업률은 성장률보다 6개월 정도 후행(後行)한다”며 “99년과 2000년 성장률은 각각 10.9%와 9.3%를 기록했지만 실업률은 2000년 4.1%, 2001년 3.8%나 돼 97년 이전의 2%대 실업률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원인은 무엇보다 기업들이 생산 규모를 늘려도 신규 고용은 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30대 대기업과 공기업, 금융기관의 97년 전체 취업자 수는 157만3000명이었지만 2002년에는 124만7000명으로 32만6000명 줄었다. 연간 신규 채용자 수도 97년 21만8000명에서 2002년 16만6000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경력자 채용 비중은 같은 기간 40.7%에서 81.8%로 오히려 급증했다.

성장률과 실업률간 불일치는 고용의 질(質)이 떨어지고 있는 데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노동부에 따르면 97년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 비율은 45%에 불과했지만 작년 말에는 51.6%로 뛰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黃仁星) 수석연구원은 “고용 없는 성장은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이 상승하고 고용시장이 유연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한국은 고용불안만 심해지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금 상태라면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환위기 이전보다 큰 폭의 성장을 해야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실업률을 눈에 띄게 낮출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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