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科기록같은 신용불량정보…은행들, 연체금 갚아도 무삭제

  • 입력 2003년 9월 23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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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과 4월 두 달간 신용불량 상태였던 정모씨(34·인천 부평구)는 5월 LG카드의 연체금과 이자 130여만원을 모두 갚았다.

작은 인쇄소를 시작한 정씨는 지난주 새 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국민카드사를 찾았다가 카드 발급을 거절당했다. 정씨는 “연체금을 갚은 지 3개월이나 지났다”고 항의했지만, 카드사 직원은 “신용불량 ‘해제’ 기록과 거래정지코드가 나와 창구에선 새 카드를 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6월 5개월간 연체된 하나은행의 대출금 8000만원을 갚은 이모씨(40·아파트 인테리어업). 빚을 갚은 뒤 1년 후면 신용불량 기록이 사라진다는 말에 이달 초부터 은행 2, 3곳의 대출 창구를 두드렸지만 ‘어렵다’는 대답뿐이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각 금융기관들은 최장 2년간만 보관해야 하는 개인 신용불량 정보를 보관기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연합회의 신용정보관리규약에 따르면 신용불량자가 신용불량 등록일로부터 90일 이내에 모든 빚을 갚으면 신용불량 정보가 즉시 삭제된다. 또 신용불량 등록일로부터 1년 이내에 갚으면 신용불량 정보는 빚을 갚은 날로부터 1년 동안, 1년이 지난 후 갚으면 2년간 보존된다.

A금융기관이 연체자의 신용불량 기록을 삭제하면 3∼4일 후 은행연합회의 종합 신용불량정보에 반영되며 이후 다른 금융기관에 등록된 신용불량 기록도 사라진다.

하지만 각 금융기관들은 연합회 전산망에서 삭제된 신용불량 해제(解除)자들을 신용도에 따라 신용불량 해제, 요주의거래대상, 거래금지대상 등으로 분류해 계속 정보를 보존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홍기현(洪起玄) 교수는 “신용불량의 책임은 각 개인들이 져야겠지만 신용불량 해제자를 지나치게 제재하는 것은 다른 신용불량자들의 상환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도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연합회가 2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이완구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에서 사실상 신용불량자로 간주하는 신용불량 해제 후 기록보존자와 특수기록정보 등록자가 7월말 현재 25만9216명에 달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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