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성장률 23년만에 최악 우려…국제기관 비관적 예측

  • 입력 2003년 9월 16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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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손길승 전경련 회장(왼쪽),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업규제 완화 등 정부에 건의할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
16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손길승 전경련 회장(왼쪽),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업규제 완화 등 정부에 건의할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을 제외하면 23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견해가 한국 내 기관은 물론 해외의 유력 신용평가기관에서도 제기돼 앞으로 국가 경쟁력과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영국 피치는 16일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미만(less than 2%)’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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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 '최악 성적표' 우려

한국 신인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기관이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치는 노동시장 문제, 금융시장 불안과 북핵(北核) 등 지정학적 위험이 소비와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해 한국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또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11개 시중·국책은행장이 참석한 금융협의회에서 3%대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 총재는 “당초 3·4분기(7∼9월)부터 경제가 나아지리라고 생각했으나 현재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소비가 늘지 않고 있는 데다 투자와 생산도 나아지지 않아 고민이며 금리를 내려도 통화량이 늘지 않고 투자수요도 없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이에 따라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기 전까지 올해 성장률 전망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국내 민간 연구기관들도 대부분 올해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달 들어 올해 성장률을 2%대 후반으로 수정 제시했다. LG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도 각각 2.8%와 2.7%로 하향 조정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태풍 ‘매미’로 인한 경제 전반의 생산 차질과 여름철 일조량 부족으로 농업부문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성장률을 낮췄다”며 “하지만 피해 복구 작업과 생산 회복 등으로 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연간 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지면 외환위기로 특수상황이었던 1998년(―6.7%)을 빼면 1980년(-2.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는데도 유독 한국 경제만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한국의 ‘성장 엔진’에 큰 문제가 생긴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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