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바이 코리아' 바람…5개월 연속 매수 행진

  • 입력 2003년 9월 8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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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까…주식 저평가 "쌀때 사두자" ▼

“한국 증시의 매력 포인트를 찾아라.”

외국인들이 지친 기색도 없이 5개월 연속 한국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 언론은 한국 등 아시아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몰리는 것은 ‘경기, 실적, 수익률’ 등 3대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시아 증시는 추가 상승의 여력을 갖고 있다고 전망했다.

올 들어 모건스탠리(MSCI)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지수는 19%가량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에 미국 다우지수는 8.6% 상승했으며 MSCI 유럽지수와 일본지수는 각각 9.1%, 4.5%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달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아시아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면서 투자 유망국으로 한국, 태국 등을 선정했다. 씨티그룹 자산운용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로 아시아 주가가 많이 떨어진 점에 주목하며 한국, 대만, 인도 증시 편입 비중을 높였다. 투자자문사 해크먼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는 36개국 증시를 가치, 성장성, 위험도, 금리, 모멘텀 등의 기준에 따라 조사한 결과 투자자들에게 미국과 영국 증시 비중을 낮추고 한국, 태국, 인도 등의 비중을 높일 것을 권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매력적인 가장 큰 원인은 “가격 메리트 때문”이라고 8일 보도했다. 씨티그룹 자산운용 조사에 따르면 미국 S&P500지수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5.8배로 아시아 증시 평균 PER인 14.4배를 크게 웃돌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도 아시아 증시 평균(1.7배)은 미국 S&P기업 평균(2.9배)보다 훨씬 낮다. 이는 아시아 기업들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뜻으로 앞으로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국 기업의 경우 매출 순익증가 등 실적호전 외에도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 투명성 제고가 외국인들 사이에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 주간지 배런스는 최근 LG, 포스코 등 일부 한국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가파른 점에 주목하며 지주회사 전환, 사외이사 보강 등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 반도체 경기 회복과 중국경제의 성장도 아시아 증시 상승세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얼마나 되나…비중 40% 돌파 '시간문제' ▼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독식(獨食) 현상’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파워’가 세지고 있다. 이들의 입질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는 물론 개별종목의 등락이 결정될 정도다. 주요 우량기업에 대한 지분이 크게 늘어나면서 외국인들의 영향력은 한국 경제 전반 깊숙이 확산되는 추세다.

▽외국인들의 ‘파워’=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 기준)은 5일 현재 38.3%에 이른다. 거래소 시가총액 320조원(5일 기준) 중 123조원어치가 외국인 몫이다. 이는 92년 증시 개방 이래 사상 최고 수준.

일본과 대만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각각 18%, 2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들은 4월 말 이후 거래소시장에서 9조원 이상을 순수하게 사들였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외국인 비중이 40%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지적.

지수를 끌어올리는 힘도 커졌다. 종합주가지수는 5월 28일∼9월 2일까지 138포인트가량 올랐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 중 88포인트(64%)는 외국인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이 급등하면서 상승한 것.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외국인 지분 5일 현재 57.4%) 현대자동차(47.8%) 포스코(63.2%)는 지분 구조로 볼 때 사실상 외국기업으로 볼 수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 수익이 양극화되면서 외국인들의 우량기업에 대한 편식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의 명암(明暗)=외국인들이 지난해 한국 증시에서 거둬들인 배당금은 무려 2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 삼성전자 배당금 9126억원 중 4540억원이 고스란히 외국인 몫이다.

강신우 PCA투신운용 전무는 “배당금과 시세차익 등 주식투자로 인한 과실은 대부분 외국인 차지가 되고 있다”며 “자산가치 상승으로 씀씀이가 커지는 부(富)의 효과도 점차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전무는 외국인이 주요 주주로 등장하면서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배당 등 주주이익 중심의 경영이 자리 잡아 가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원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시세차익이 목적”이라며 “SK㈜ 주식을 매집한 소버린의 경우도 궁극적인 목표는 경영권 확보가 아닌 회사 가치 상승을 통한 투자 이익 극대화”라고 분석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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