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앞둔 유통업계]"한가위 특수 꿈틀" vs "호객꾼도 사라져"

  • 입력 2003년 9월 2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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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오면서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는 대형매장.
추석이 다가오면서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는 대형매장.
《짙어가는 불황의 그늘 속에서도 백화점과 할인점을 중심으로 추석 ‘반짝경기’를 기대하고 있다. 일부 현대적 유통업체들은 세일과 사은행사 등에 힘입어 지난해 추석 때보다 매출이 최대 40%대까지 증가하는 반짝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는 것. 반면 재래시장에서는 ‘추석경기’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싸늘한 한기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올 추석에는 잦은 비로 수확이 좋지 않은 과일 선물이 감소하고 갈비 정육과 건강식품, 와인 등의 인기가 올라가는 등 품목별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8월 31일 오후 서울 남대문시장.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주말이지만 추석 특수는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손님의 이목을 끌기 위한 호객 소리와 박수장단마저 사라졌다. 가방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점수 사장은 “추석 경기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라며 “추석이 열흘 정도 남았지만 손님이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서울 한 재래시장의 한산한 모습. 김미옥기자

서울 을지로 5가에 자리 잡은 중부시장도 손님이 뜸하기는 마찬가지. 건어물을 판매하는 영창상회 오창석 사장은 “선물용으로 쓰이는 멸치는 말할 것도 없고 제사상에 올리는 북어조차도 팔리지 않는다”며 “예년보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멸치전문점 전기영 사장도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이 상인들 수보다 더 적다”고 거들었다.

반면 현대화된 시설과 전국 유통망을 갖춘 백화점과 할인점들은 오히려 지난해 추석 때보다 형편이 나아지는 양상이다.

백화점 업계의 매출집계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지만 추석행사를 시작한 8월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나흘간 매출이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큰 폭의 매출 신장을 기록 중. 지난해 추석 이후 문을 연 대구점을 제외한 전국 18개 점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나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5.6% 늘어났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김정선 차장은 “경기가 불황이라고 하지만 손님도 많고 초반 분위기가 괜찮은 편”이라며 “이번 주말까지 사은행사가 계속되기 때문에 매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개별 품목에서 과일 선물은 크게 감소하는 추세. 최상등급 신고배 한 개가 1만7000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이 크게 뛴 데다 당도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백화점들은 “예년에 비해 과일의 당도와 저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솔직한’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사창환 대리는 “과일과 비슷한 가격대인 멸치 등으로 손님들이 많이 옮아갔다”고 전했다.

과일을 대신해 갈비 정육 건강식품 와인 등과 중저가 식품 생활용품 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말인 30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만난 정육코너 책임자 한희정씨는 “지난해에는 냉동육이 전체의 60%였는데 올해는 냉동육보다 값비싼 냉장육이 60%를 차지하고 있다”며 “오늘 하루만 (갈비 정육을) 5000만원어치 판매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이창원 팀장은 “판매실적을 집계한 결과 인삼 홍삼 등의 건강식품이 전년 대비 70% 이상, 와인 등 주류가 65% 이상 늘어났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와인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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