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 어디로 가나…2000억규모 CP발행 서로 책임미뤄

  • 입력 2003년 8월 26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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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통신(대표 윤창번·尹敞繁)이 발행하기로 한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에 대해 LG그룹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주주들이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로통신은 26일 만기 도래한 해외발행 신주인수권부사채(BW) 1억달러(약 1200억원)를 상환하지 못했다. 1주일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1일 전까지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부도위기까지 몰리게 됐다.

대주주들간의 갈등으로 최근 외자유치와 유상증자가 모두 무산된 하나로통신은 당초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BW를 갚으려 했으나 지분 변화를 우려한 주주사들의 인수 거부로 다소 부담이 적은 CP 발행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나 LG그룹은 26일 “근본적인 해결책(유상증자)을 전제로 하지 않은 어떠한 단기 자금난 해소안에도 동의할 수 없다”며 CP 인수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는 “1대 주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마당에 2대 주주인 삼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유예기간 마지막 날까지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2000억원을 주주들의 지분 비율로 나눈 액수만큼 지원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그러나 1, 2대 주주를 배제하고 혼자 나설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나로통신이 BW를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신인도 하락은 물론 해외 채권단들이 ‘해외채권 부도’를 선언하면서 법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하나로통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주주사로서는 얻을 게 없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면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 법정관리 상태에서 LG그룹은 1대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없어 유상증자안을 주장할 수 없게 되고,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결국 주주사들은 30일까지 기싸움을 펼친 뒤 CP 인수에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유상증자에 반대하는 주주사들이 LG그룹의 영향력을 없애기 위해 하나로통신을 법정관리에 넣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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