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사원 인맥지도 그려라”

  • 입력 2003년 8월 5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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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무얼 알고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누굴 알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인맥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세계의 격언이다. 기업들이 사원들의 인맥을 영업이나 마케팅에 최대한 활용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기업 내 인터넷 활용이 일반화하면서 미국에서는 이미 사원들의 e메일 상대나 인스턴트 메시지 교환 리스트, 전자 캘린더의 약속 내용들을 수시로 검색해 회사의 자산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스포크 소프트웨어사는 6월부터 미국 7개 회사 3200여명의 임직원들을 상대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며 뉴욕의 비지블 패스, 캘리포니아의 제로 디그리스사 등도 최근 시제품을 선보였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같은 프로그램들이 “세상 사람들은 여섯 단계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라는 사회학 이론에 바탕을 두고 ‘인맥 지도’를 그리는 것이라고 5일 소개했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콘서트를 기획하는 뉴욕의 CMJ는 비지블 패스가 제공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사 임직원 18명의 ‘인맥 지도’를 그려본 결과 협찬해줄 만한 레코드회사 임직원을 찾아내 광고 수주에 성공했다. ‘인맥 지도’는 이외에도 변호사들의 수임, 외판원들의 마케팅 활동, 신규 사업의 투자자 확보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 임직원들은 자신의 교제 범위가 ‘빅 브러더’에 노출된다고 우려한다. 비지블 패스와 공동 작업 중인 일리노이대 스탠 워셔먼 교수는 이 때문에 임직원들이 자신의 인맥 공유를 전면 거부하거나 지인들을 분류해 일정한 인적 자산만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프로그램들은 임직원들의 인맥들이 모두에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담당 최고책임자 등 소수의 사람만 파악해 그때그때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들은 일단 공유한 인맥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분석해 효용가치를 최대한 높이고 있다.

특정 지인에 대한 e메일 발송 및 응답률, 인스턴트 메시지 활용 빈도, 전자 캘린더 상의 약속 횟수 등까지 파악해 ‘친밀도’를 등급화하는 기능도 있다. 또한 협력 관계의 기업끼리 ‘인맥 자산’을 공유할 수도 있게끔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정말 필요한 인맥은 너무 많은 장벽에 둘러싸여 있을 때가 많다”며 “인맥상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는 (실제 삶에서) 인연을 나눠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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