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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5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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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살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가족 중에 자살하는 사람이 많으면 자살할 확률이 높다는 보고는 있다. 특히 쌍둥이에 대한 자살 연구를 보면 한 명이 자살한 뒤 나머지 한 명이 자살할 확률은 유전자가 완전히 똑같은 일란성이 11%로 유전자가 절반만 같은 이란성(2%)보다 훨씬 높다.
서울대 의대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세로토닌 관련 유전자가 자살 유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로토닌은 감정 조절, 불안, 충동성, 폭력성, 우울증 등과 연관된 뇌의 신경전달물질이다. 자살자의 뇌 척수액을 조사하면 세로토닌의 기능이 일반인의 경우보다 많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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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자의 80%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보고도 있다. 지난달에는 우울증 관련 유전자가 발견됐다는 논문이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테리 모피트 박사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하는 5-HTT 유전자 가운데 특이한 조합을 가진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던 것이다.
5-HTT 유전자는 짧은 것과 긴 것 두 종류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짧은 것 둘을 갖거나 짧은 것과 긴 것 또는 긴 것 둘을 갖게 된다.
연구팀은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21∼25세의 젊은이 847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5-HTT 유전자, 그리고 우울증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최근 5년간 사별, 부채, 실직 등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4번 이상 받은 사람들 가운데 우울증을 겪은 사람은 짧은 유전자를 하나 이상 가진 경우가 33%인 데 반해, 긴 유전자 둘만 가진 경우는 17%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자살을 생각하거나 기도할 가능성은 짧은 유전자를 하나 이상 가진 경우가 긴 유전자 둘만 가진 경우보다 3배가량 높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짧은 5-HTT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우울증에 걸리거나, 나아가 자살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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