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만 삭발하나” LG화학 상무-공장장 잇따라 삭발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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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분규 현장에서 사용자측이 삭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삭발은 결연한 투쟁 의지를 보여주려는 노조측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임금 및 단체협약 지연에 따라 5일부터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간 LG화학의 박종근(朴鍾根·57) 상무는 3일 삭발했다. 이 회사 온산공장의 도홍진 공장장과 익산공장의 임선근 공장장도 박 상무의 삭발 소식을 듣고 ‘동조 삭발’했다.

박 상무는 삭발 이유에 대해 “파업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관계자는 “임금과 복리후생이 업계 최고 수준인데도 파업을 하니 오죽 답답했겠느냐”며 파업과 관련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정당한 노동운동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노조원은 “하루 12시간씩 맞교대로 근무하는 열악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측이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노조를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LG화학 노조의 교섭대표 9명도 전원 삭발했다.

1989년 전문경영인으로 한국강구공업(경남 창원시) 대표에 취임한 이영신(李英信·56) 전 사장은 3월 24일 노조가 설립되자 다음날 삭발한 채 출근했다.

이 회사 노조는 5월 16일 전면 파업에 들어가 두 달째 조업이 중단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취임 후 ‘가족처럼 일해 보자’며 종업원들을 설득해 노조를 없애고 섭섭지 않게 대우를 해줬던 이 전 사장이 다시 노조가 생기자 배신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노조 설립에 따른 충격과 건강 악화로 4월 20일 사직서를 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노조측은 “한 달 평균 140∼150시간 초과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불평을 하면 이 전 사장은 ‘받아가는 돈이 얼만데…’라고 윽박지르기 일쑤였다”며 “노조와 상견례조차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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