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로운 노사모델 서두를 일 아니다

  • 입력 2003년 7월 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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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노사관계 모델을 다음달 15일까지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느낌을 준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갓 넘은 시점에서 노사갈등을 극복해야만 도약할 수 있다는 정부의 인식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국가 백년대계가 될 사회통합 방안을 한 달여 만에 완성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 시급한 국가 현안 중 하나는 집단이기주의와 파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하지만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양쪽이 모두 수긍하는 모델을 도출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더라도 노와 사 중 한쪽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노사관계 모델을 둘러싸고 영미식이니 유럽식이니 네덜란드식이니 하는 최근의 논의는 공허하다. 선진국 가운데 유사한 발전 모델을 찾을 수 없는 한국은 지금까지 어느 나라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가야 한다. 발전단계나 경제상황이 크게 다른 선진국 베끼기로는 한국의 현실을 반영할 수 없다. 우리 스스로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미 1인당 소득 3만달러에 도달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당분간 성장에 역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은 70년대 영국 같다”는 외국인들의 지적은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다. 지나치게 강대해진 노조 때문에 경제가 피폐해졌던 영국병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이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이 국가경제를 생각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같은 경고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새로 만들어질 노사관계 모델은 ‘1인당 소득 2만달러 시대’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 노사 양측이 상생하는 풍토를 정착시키고 항구적인 노사평화를 보장해 줘야 한다. 이는 결코 단기간에 탁상에서 만들어질 수 없다.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당사자인 노사 양측이 모두 승복하는 방안을 만들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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