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정혁신 방안]분식회계 기업 환급신청 不許

  • 입력 2003년 6월 18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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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18일 내놓은 ‘세정(稅政)혁신 방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일정액 이상의 접대비를 지출할 때 업무 연관성을 ‘근거 자료’로 입증토록 의무화한 내용이다. 또 세무조사 대상을 멋대로 고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선정기준을 미리 공표토록 한 부분도 주목된다.

이번 방안은 올 4월8일 세정혁신추진위원회가 발족하면서 발표한 초안보다는 다소 ‘후퇴’했다. 무리한 추진에 따르는 부작용 등 현실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고액 현금 금융거래 명세 자동 통보’와 ‘접대비 사용 제한’ 등의 대책이 중장기 추진 과제로 밀리거나 제한 범위가 다소 줄어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도를 넘은 접대비는 근거 자료가 있어야=국세청은 당초 기업 경영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향락적 접대비’와 기업 자금의 개인적 지출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 방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접대비 제한이 기업 활동과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일정 한도(건당 30만∼50만원)를 넘는 접대비에 대해서만 업무 관련성 입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입증에 필요한 자료는 △접대 받는 사람의 인적사항 △접대장소 △접대일시 △접대목적 등을 나타내야 한다.

하지만 매년 하는 법인세 신고 때 접대비 증빙자료를 일일이 제출할 필요는 없다. 대신 세무조사를 받을 때 이들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단 한도를 넘지 않는 접대비에 대해서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어떤 용도로 사용하든 100% 손비(損費)처리가 가능하다.

최병철(崔炳哲)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접대비 관련 조치는 내년 1월1일 이후 지출하는 접대비부터 적용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 기업 접대비 처리에 대해 대대적인 기획조사를 벌여 이 방안이 조기에 정착될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분식(粉飾)결산 기업에 대해서는 신고한 세금을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경정(更正) 청구권’이나 더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환급 신청권’을 인정하지 않거나 엄격히 제한키로 한 것은 분식회계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분석된다.

▽의욕만 앞선 대책은 뒷전으로=국세청은 올 4월 세정혁신방안 초안을 발표하면서 세무조사 대상자가 보유한 각종 금융계좌를 은행연합회나 금융결제원 전산망을 통해 일괄적으로 조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금융거래를 국세청에 자동 통보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이들 방안은 당장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관계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법 등 관련 법률 개정과 개인정보보호 문제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장기 추진 과제로 분류됐기 때문.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법률적 검토도 없이 당장 도입할 것처럼 나선 것은 ‘의욕 과잉’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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