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硏 "현 부동산상황 80년대 日과 유사" 경고

  • 입력 2003년 5월 25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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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경기 침체 속에서도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생기면서 ‘이러다간 일본식 거품경제가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의 부동산 및 금융시장 동향이 1980년대 말 일본의 거품 팽창기와 비슷한데다 정부의 대응마저 당시 일본의 정책과 별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5일 ‘일본 버블경제의 교훈’이란 보고서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일본은 1983년부터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89년에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그 후 거품이 빠지면서 주가와 땅값이 급락해 10년이 넘는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닛케이 주가평균은 최고였던 89년 38,915엔에서 요즘은 7,000∼8,000엔대에 머물고 있으며 땅값은 당시에 비해 80%나 하락했다.

보고서는 최근 한국 경제를 일본의 버블 팽창기와 비교하면 △부동산 가격 급등이 수도권 핵심에서 시작해 점차 확산하고 있으며 △초(超)저금리 아래 지나친 시중 유동성과 금융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 확대 등 자산가격 급등 요인도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가계 부채와 가계 자산가치가 동시에 늘어나는 등 일본의 거품 초기와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으며, 사상 초유의 저금리 기조가 형성돼 있으나 세계경제 여건이 불안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여건도 비슷하다는 것.

특히 “버블의 원인인 과잉 유동성, 저금리, 부동산 등의 구조적 수급불균형 현상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어 버블 심화 가능성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이외의 투자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는 현재 정책금리 인하로 시중금리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2001년 말 257조원이던 단기 부동(浮動) 자금이 4월 말 387조원까지 증가해 막대한 자금이 언제든지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연구소 최희갑 수석연구원은 “지금도 기업과 금융기관 등에 부실이 많아 부동산 버블이 더 심해진 뒤 파열된다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외환위기 직후와 달리 재정건전성이 훼손된 상태여서 신속한 부실처리가 어렵고, 일본처럼 기초체력이 튼튼한 것도 아니어서 장기불황에 견딜 능력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버블 발생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경기회복이 가시화하면 점진적 금리인상을 통해 부동자금을 흡수하고 △주택담보대출 비율(현행 60%)을 내려 부동산 관련 가계대출을 억제할 것을 제안했다. 또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한 재정지출에서 부동산 및 건설 관련 비중은 가능한 한 낮추고 △생산적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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