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계기준 적용한 신세계 유통업계 1위로

  • 입력 2003년 5월 13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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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면서 국내 유통업계 1위 기업이 롯데쇼핑에서 신세계로 바뀐다. 또 유통산업의 전체 규모가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회계기준 변경의 실효성과 이에 따른 순위 변화를 둘러싸고 여전히 찬반 논란이 적지 않고 각 업체의 평가도 이해(利害) 관계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달라지는 업계 순위=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는 회계연구원이 2001년 말 정한 새 회계기준에 따라 1·4분기(1∼3월) 사업보고서를 작성한다.

새 회계기준은 유통업체의 매출을 임대 매장의 판매액을 모두 포함하는 ‘총매출’ 대신 ‘수수료’만으로 산정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 매장 형태인 ‘특정매입’에 주로 의존해온 백화점을 비롯한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유통산업 외형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새 기준에 따를 경우 매출이 백화점 60∼70%, 홈쇼핑 70∼80%, 할인점 10∼3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쇼핑몰도 업체에 따라 40%에서 많게는 90%까지 매출이 줄어든다.

유통업체간 순위 변동도 불가피해졌다. 1위 업체인 롯데쇼핑은 작년 매출액 9조5000억원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50% 이상 매출이 줄어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도 새 기준에 따르면 매출(지난해 3조7000억원)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

반면 지난해 7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신세계의 매출액 감소는 20% 안팎에 불과하다. 할인점을 운영해 직(直)매입 비중이 다른 업체보다 높기 때문. 결국 신세계의 작년 매출은 6조원대로, 5조원대의 롯데쇼핑을 앞질러 1위가 된다는 뜻이다.

▽새 회계기준 도입 찬반논쟁=새 회계기준 도입에 관한 평가는 첨예하게 엇갈린다.

백화점협회 관계자는 “실상을 잘못 반영해 한국 유통산업이 과소평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롯데쇼핑도 “달라지는 게 전혀 없는데 외형적으로 매출만 감소할 뿐”이라면서 “특정매입이라는 백화점들의 오랜 영업방식이 무시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회계연구원과 일부 유통업체는 다른 의견이다. 부채비율이 감소하고 영업이익률, 경상이익률 등 각종 경영지표도 호전되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

현대백화점측은 “재무구조가 개선돼 기업 평가나 주가관리 측면에서 좋다”며 “감사보고서나 사업보고서를 낼 때 총매출을 함께 표기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교보증권 박종렬 유통담당 애널리스트는 “회계기준 변경으로 양적 성장에 치중해온 유통업체들의 영업 전략이 수익성 위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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