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 야채수출 '빨간불'…日원산지표시 의무화로 타격

  • 입력 2003년 4월 21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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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토마토 오이 등 ‘신선(新鮮)야채’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21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90년대 중반부터 2001년(1억2110만달러)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던 신선야채 수출액이 지난해 8950만달러로 뚝 떨어졌다. 1999년(8800만 달러)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 더 큰 문제는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 원인은 최대 수입국인 일본이 신선야채 시장의 문을 닫고 있기 때문.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식품에 대한 기호가 비슷해 한국이 수출하는 신선야채의 90% 이상을 사들인다.

▽농산물 원산지를 표시하시오〓일본에 가지와 오이를 주로 수출하는 ‘건오물산’의 이종민 전무는 “최근 대일(對日) 수출이 막힌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초 농산물 안전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생산 이력(履歷)을 표시하게 했다. 일본 유통업체들은 신선식품마다 원산지를 표시하고 포장에 최초 생산자, 재배 방법, 유통경로 등을 입력한 바코드를 붙이고 있다.

원산지를 표시하자 한국산과 중국산 농산물이 크게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일본 소비자들이 값은 더 비싸더라도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일본 농산물을 선호하기 때문.

▽더 이상 일본 종자 유출은 없다〓딸기 수출업체인 ‘섬머힐’은 올해 딸기를 수출하지 못했다. 일본이 딸기 종자 유출을 막아 농사를 짓지 못한 것.

조향란 섬머힐 사장은 “지난해에만 해도 일본에 2억원어치의 딸기를 수출했다”며 “일본 정부가 계속 종자 유출을 막는다면 앞으로 일본 수출은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하우스 야채는 일본에서 종자를 수입한다. 오이, 가지 등은 종자를 들여온 지 15년이 넘었기 때문에 따로 로열티를 주지 않아도 되지만 딸기, 토마토 같은 야채는 아직 일본에 돈을 주고 들여와야 한다.

▽대책은 없나〓한국의 수출업체들은 독자적인 품종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재배를 대규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농수산물유통공사 농산부 유정림 과장은 “대규모 재배 단지를 조성해 생산원가를 크게 낮추면 일본이 원산지를 표시하더라도 한국 신선야채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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