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지각변동 "시간이 문제"…시장포화로 성장 한계

  • 입력 2003년 4월 15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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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을 더 이상 주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한 주요 홈쇼핑업체 사장은 이처럼 말했다. 대표적 고(高)성장업종으로 꼽혀온 홈쇼핑 시장에 대한 이런 비관적 전망은 한두 곳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현대, 우리, 농수산홈쇼핑 등 후발 3개사는 물론 LG CJ홈쇼핑 등 선발 2개사조차도 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어둡다며 우울한 표정이다.

꼭 2년 전인 2001년 4월 후발 3개사가 시장에 진입했을 때부터 ‘장밋빛 전망’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수합병설 등 홈쇼핑업계를 둘러싼 소문이 갈수록 무성해지고 있다.

▽수그러들지 않는 인수설(說)〓유통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우리와 농수산홈쇼핑을 롯데와 신세계가 인수한다는 소문이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두 ‘강자(强者)’가 홈쇼핑 진출 의사를 강하게 갖고 있고 우리와 농수산은 자본력이 달리는 등 경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

이런 소문에 대해 관련업체들은 ‘지분변동 제한 규정’을 들어 뜬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후발 3개사는 내년 4월 이후에나 지분 변동을 할 수 있도록 사업승인 때부터 제한돼 있다.

하지만 최근 양상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일부 물밑 접촉 사실이 확인됐다.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초 두 곳의 홈쇼핑에서 인수 제의가 왔다”며 “다만 조건이 맞지 않아 거부한 상태”라고 밝혔다.

롯데도 비록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만 이런저런 인수설에 싸여 있다. 해당 기업들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지만 최근 CJ, 우리홈쇼핑과 접촉했다는 소문이 나왔다. 또 홈쇼핑업체를 가진 모 그룹과의 ‘빅딜설’도 나돌고 있다.

▽왜 이러나〓이처럼 홈쇼핑업계에서 인수설이 난무한 것은 성장성이란 측면에서 이 업계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홈쇼핑은 1년 전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릴 정도로 매년 전년 대비 60∼140%의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작년 말 홈쇼핑 시청 가구수가 한계점으로 꼽히는 1000만 가구에 이르자 ‘시장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각 업체의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된 수익구조 악화도 무관하지 않다.

좋은 채널을 잡기 위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확보하려고 경쟁하면서 매출액의 3∼4%이던 송출 수수료가 최대 7∼8%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5개 홈쇼핑업체가 SO에게 지급한 송출 수수료는 1200억∼1300억원이었는데 올해 1·4분기(1∼3월)에만도 450억원이나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할인점의 급속한 성장과 소비심리 위축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선발업체인 LG와 CJ홈쇼핑은 올 1·4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보였다. 현대홈쇼핑 등 후발업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후발 3개사의 지분변동 제한 규정이 풀리는 내년 4월에는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후발업체는 물론 일부 선발 홈쇼핑업체도 매각에 따른 손익계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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