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매시장 '움찔'…3월 낙찰가율 87%

  • 입력 2003년 4월 2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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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아파트 낙찰가율이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디지털태인은 3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87%로 2000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2일 밝혔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작년 한때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0%를 웃돌기도 했다. 감정가보다 높은 값에 팔린 셈이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90%대로 내려앉으며 안정세를 유지해 왔다.

▽발빼는 투자자〓낙찰가율이 떨어진 표면적인 이유는 경매 물건이 늘었기 때문. 3월 법원 경매계에 나온 서울 아파트는 총 350건이었다. 2월(241건)보다 45%나 증가했다.

반면 경매 입찰자는 591명으로 2월(504명)보다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일시적인 공급과잉이 낙찰가율 하락을 불러온 셈이다.

그러나 실제 경매 현장에서 전하는 목소리는 이와 다르다. 공급 증가보다는 수요 위축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상권 디지털태인 팀장은 “작년에는 입지 여건이 다소 떨어지고 감정가가 높게 매겨졌다고 생각되는 물건에도 보통 10명 이상이 몰렸지만 올해는 기껏해야 4, 5명이 고작이다”고 말했다. 입찰 경쟁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수요 분산도 아파트 낙찰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 작년만 해도 경매 참가자들 대부분이 아파트에만 관심을 보였지만 올해는 토지나 단독주택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 지난 달 서울 단독주택 낙찰가율은 95.7%로 아파트를 앞질렀다. 토지 낙찰가율도 2월 64.3%에서 3월에는 80.9%로 16.6%포인트 올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주택시장이 당분간 침체 내지는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때문으로 분석한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은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자 경매로 아파트를 사봤자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이에 따라 그간 경매 아파트에 몰렸던 투자자들이 저평가된 토지나 단독주택에 관심을 보이거나 아예 경매시장을 떠나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수요자는 기회〓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반전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올해 집값 상승 가능성에 제동이 걸려 있는 데다 이라크전쟁 등 외부 악재가 쌓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집 마련에 초점을 맞춘 실수요자라면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경쟁률과 낙찰가율이 떨어지는 추세라서 잘만 고르면 시세의 80% 선에서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강은현 실장은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실수요자용 물건을 취득해 되파는 것도 지금 같은 시기에는 훌륭한 재테크 기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창 물이 올라있는 단독주택이나 토지는 옥석(玉石)을 가려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조언. 단독주택 낙찰가율이 높은 건 최근 경기 침체로 일부 고급 주택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발빠른 투자자들이 이를 챙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단독주택을 무리하게 사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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