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A아파트 분양가]32평형 처음계획보다 1024만원 올라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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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좋은 ‘계약자 편의’〓분양가 산정 서류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에 분양할 A아파트는 대지 1만4604평에 28∼43평형 850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은 △땅값 628억600만원 △건축비 900억8900만원에 △설계비와 분양 판촉비 등 간접 건축비 205억1300만원을 더한 1734억800만원이다.

총비용은 부지 매입과 시공 계약이 끝나면 크게 변하지 않는다. 분양가를 결정하는 건 시행사가 책정하는 총수입이다.

당초 이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주변 시세 수준인 635만원. 이에 따라 총수입은 평당 분양가에 전체 아파트 분양면적(2만8846평)과 상가 면적을 곱한 금액에서 부가가치세를 뺀 1777억1000만원이 된다.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비교한 수익률은 2.5%. 시행사는 수익률을 6%대로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올리기로 했다.

수정안에 따르면 평당 분양가는 660만원.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면 수익률은 6.4%가 나온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 만큼 분양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도금을 무이자로 융자해 주는 소비자 유인책을 쓰기로 했다. 대신 융자금에서 발생하는 이자(71억3300만원) 전액을 분양가에 얹었다.

최종 분양가는 평당 667만원. 32평형이라면 처음보다 1024만원이 올랐다.

▽‘확정보장형’ 시공사 수익〓서류에서 특이한 점은 시공사 수익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것. 분양가나 분양 결과와 상관없이 평당 252만원을 받도록 돼 있다.

시공사의 공사비 원가(실행가격)는 평당 210만원. 20%의 마진이 생긴다.

지난해 한국 제조업체가 1000원어치를 팔아 76원을 남긴 것(매출액 경상이익률 7.6%)과 비교하면 아주 높은 편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회사는 보통 시행사가 땅을 살 때 중도금과 잔금을 지원한다”며 “여기에 드는 금융비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양가 명세서의 땅값 항목에는 ‘대출금 이자’가 따로 책정돼 있다. 이 돈은 시공사가 아닌 시행사가 부담한다.

시공사들은 그동안 ‘높은 분양가는 시행사의 무리한 욕심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실제로는 시공사들도 분양가 인상을 통해 짭짤한 수입을 챙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시공사는 분양 실적과 관계 없이 수익을 얻기 때문에 시행사를 부추겨서 사업을 강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대책 없나〓건설 주택분야 전문가 연구모임인 건주연구회는 분양가 상승에 대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미리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선분양제도에서는 준공 시점까지의 물가나 금리 변동에 따른 추가예상 공사비를 미리 분양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파트를 지은 뒤 파는 ‘후분양제도’를 강요하면 자금력이 떨어지는 업체가 완공 때까지의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 이는 아파트 공급량을 줄이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확정분양가 대신 입주 때 가격이 바뀔 수 있는 ‘변동형 분양가’ 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현재로선 최초 분양 때는 원가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하고 입주 때 변동 사항이 생기면 이를 분양가에 반영하는 방식이 차선(次善)”이라고 제안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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