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멋]'윈저' 디아지오社 1위…'위스키 시장' 불꽃 튄다

  • 입력 2003년 3월 10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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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위스키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올들어 위스키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업체였던 진로발렌타인스가 디아지오코리아에 선두 자리를 내주는 지각 변동을 겪은 이후 각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1위 자리를 빼앗긴 진로발렌타인스는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디아지오코리아는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유흥업소 종사자를 위한 축구대회 같은 이색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물량 공세를 불사하고 있다.

두산, 롯데칠성, 하이스코트 등 중하위 위스키 업체들도 업계 판도가 바뀌고 있는 전환기가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제품 가격을 내리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년 1개월 만에 바뀐 시장 판도〓디아지오코리아는 올 1월 한 달 동안 ‘윈저’ 8만2202상자(1상자는 500mL짜리 18병), ‘딤플’ 3만1099상자, ‘조니워커’ 1만2909상자 등 모두 12만6874상자를 팔아 지난해 1위 업체였던 진로발렌타인스를 7510상자 차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진로발렌타인스는 지난달 ‘임페리얼’ 8만7459상자, ‘발렌타인 12년’ 1만1342상자, ‘발렌타인 17년’ 9410상자 등 모두 11만9364상자를 파는 데 그쳤다.

디아지오코리아는 과거 씨그램코리아 시절 부동의 1위로 독주했지만 2002년 7월 ‘시바스리갈’, ‘패스포트’, ‘썸씽스페셜’ 등 일부 브랜드를 페르노리카코리아에 넘겨준 여파로 2001년 12월 선두 자리를 진로발렌타인스에 넘겨줬다. 그 후 13개월 동안 월 판매량 기준으로 단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딤플. 랜슬럿. 피어스클럽

디아지오코리아는 2월에도 9만1272상자를 팔아 진로발렌타인스(판매량 8만3832상자)를 8.2%(7440상자) 차이로 누르고 2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1, 2위 업체간 마케팅 경쟁〓디아지오코리아가 업계 1위로 복귀한 것은 매달 2만∼3만 상자가 팔리는 ‘딤플’ 판매권을 하이스코트로부터 인수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참가하는 ‘2003 윈저컵 전국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판매 촉진을 위해 꾸준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이달 말까지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15개 도시를 돌며 리그전을 벌이는 이 대회는 우승 상금이 1000만원으로 룸살롱, 나이트클럽, 단란주점, 주류 도매업체 등에 근무하는 사람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홍준의(洪俊義) PR팀장은 “축구대회 주최를 계기로 주류 판매의 최일선에 있는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디아지오코리아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 것 같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판매 확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1위 자리를 빼앗긴 진로발렌타인스는 이달 중순부터 한자를 이용한 이색 위스키 광고를 내보내며 업계 정상 자리 탈환을 노린다.

주력 제품인 ‘임페리얼’에 부착한 위조 방지 장치인 ‘키퍼캡’과 ‘키퍼마크’를 부각시키기 위해 ‘믿을 신(信)’자를 광고용 사진에 넣은 것. 위스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한자를 이용해 믿음을 돋보이게 한 역설적인 광고다.

진로발렌타인스측은 “지금까지 구축해온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위스키는 임페리얼뿐’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정상 탈환을 위한 신호탄이 될 광고”라고 말했다.

▽중하위권 업체는 가격파괴도 불사〓하이트맥주 계열인 하이스코트는 지난달 15일부터 슈퍼프리미엄급(SP급) 위스키 ‘랜슬럿 17년(500mL 기준)’ 출고가를 4만9500원에서 2만9700원으로 40% 인하했다. 경쟁사 제품보다 2만원가량 비싸 판로 개척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에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0월 SP급 위스키인 ‘스카치블루 스페셜(17년산)’ 출고가를 용량에 따라 29.1∼34.3% 내렸다.

두산주류도 지난해 9월 SP급 위스키인 ‘피어스클럽 18’을 시판하면서 출고가를 2만9480원(500mL 기준)으로 책정했다. 저가 전략으로 SP급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17’과 경쟁하기 위해 ‘윈저17’과 같은 가격으로 신상품을 내놓은 것.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업체 ‘가짜방지’ 머리싸움 치열▼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형상이 나타나는 홀로그램, 기계로 씌우는 캡슐….’

위스키 업체들이 가짜 양주 제조 업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위스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가짜 양주 유통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가짜 양주를 막기 위해서라면〓진로발렌타인스는 지난해 12월부터 12년산 프리미엄급 위스키인 ‘임페리얼’에 위조 방지용 ‘자물쇠’를 하나 더 붙였다. 병 뚜껑을 덮는 비닐에 특수인쇄로 만든 ‘스티커(키퍼 마크)’를 부착한 것.

키퍼 마크는 보는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형상이 나타나도록 특수하게 인쇄된 라벨로 전 세계적으로 화폐, 수표, 여권, 자격증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키퍼 마크는 보는 각도에 따라 ‘방패 문양과 12’, ‘IMPERIAL CLASSIC’, ‘IMPERIAL 12 YEARS OLD’ 등과 같은 로고와 문자가 보이도록 3차원 문양으로 고안됐다.

이에 앞서 진로발렌타인스는 2001년 10월부터는 빈 위스키 병에 다른 술을 채우지 못하도록 병 입구에 플라스틱 구슬을 넣은 ‘구알라 캡’을 부착하기도 했다.

‘윈저17’을 내놓고 있는 디아지오 코리아(옛 시그램 코리아)도 지난해 7월부터 홀로그램 라벨을 부착했다. 이 라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바뀐다. 따라서 양주의 라벨이 엉성하게 붙어 있거나 색이 변하지 않으면 가짜 양주일 확률이 높다. 슈퍼프리미엄 위스키인 ‘피어스클럽 18’을 내놓은 두산은 ‘주석 캡슐’을 사용한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이 캡슐을 부드럽고 깨끗하게 병에 씌울 수 없다. 게다가 한번 캡슐을 벗겨내면 쭈글쭈글해지기 때문에 다시 사용할 수 없다.

▽가짜 양주 감별법〓 먼저 가짜양주는 병부터 조악한 느낌이 난다. 라벨의 인쇄상태가 좋지 않거나, 탈, 부착 흔적이 남아있으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또 뚜껑의 로고가 선명하지 않거나 술 색깔이 혼탁해 보여도 가짜일 가능성이 높다.

외관상 문제가 없다면 다음은 양주병을 뒤집어 볼 차례. 진품을 뒤집으면 양주 윗부분에 타원형으로 큰 물방울이 생기는 반면 가짜는 자잘한 물방울들이 떠오른다. 또 양주를 흔들었을 때 진품은 부유물이 곧 없어지지만, 가짜는 2, 3분 지난 후에 사라진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다른 증류주와 구별되는 위스키만의 특징▼

위스키의 특징은 나무통에서 수년 간 숙성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위스키 원액을 담은 참나무통이 가득 쌓여 있는 스코틀랜드 주류 저장 창고. 사진제공 두산주류BG

위스키를 보드카나 진 등 다른 증류주와 구별하는 특징은 나무통에서 숙성과정을 거친다는 것. 떡갈나무나 참나무로 만든 통에 술을 담그면 나무 사이의 기공을 통해 공기가 들어와 위스키의 색과 향을 만들어 낸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는 법률로 저장 기간을 명시하기도 한다. 통 안에서 오래 묵은 술이라고 해서 반드시 술맛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위스키는 제조 지역에 따라 크게 스카치, 아이리시, 버번, 캐나디안위스키로 나뉜다.

스카치위스키는 스코틀랜드가 고향이다.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열살루트 등 명성이 자자한 위스키 대부분이 스카치다.

스카치위스키는 또한 제조법에 따라 몰트, 그레인, 블렌디드로 구별된다.

몰트위스키는 엿기름(malt)만을 원료로 소형 증류기인 팟스틸(Pot Still)을 이용해 만든다. 이때 스코틀랜드 초원에 있는 풀인 피트(peet)를 태워 건조시킨다. 피트에서 나오는 연기가 스모키플레이버라는 독특한 맛과 향을 만든다. 그레인위스키는 옥수수 등 잡곡이 원료다. 맛이 가벼워 몰트위스키와 섞는 데 주로 쓰인다.

블렌디드위스키는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혼합한 것.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위스키가 해당된다.

아이리시위스키는 아일랜드에서 생산된 술이다. 스카치위스키와 구분하기 위해 상표에도 Whisky가 아닌 Whiskey로 쓴다.

원료는 발아시킨 보리 일부와 발아되지 않은 보리, 호밀 등. 그레인위스키에 가깝다. 재료를 솥 안에 넣고 석탄으로 건조시킨다.

버번위스키는 미국 켄터키주의 버번카운티에서 나온다. 켄터키위스키라고도 한다. 원료는 옥수수와 호밀, 보리 맥아 등이다. 캐나다에서 제조되는 캐나디안위스키는 호밀과 옥수수를 원료로 한 몰트위스키를 블렌딩한 것. 맛이 가볍고 순하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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