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공기압 감지 시스템,운전중 타이어 이상땐 경고음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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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사장 홍씨(45)는 매일 아침 BMW승용차 M3를 몰고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대전으로 출근한다. 외제차를 몰고 다녀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1억원짜리 차를 산 덕을 톡톡히 보았기 때문이다.

몇 달 전 출근길에 고속도로를 달리던 그는 깜짝 놀라 급히 차를 세웠다. 계기반에 붉은 등이 들어오면서 경고음이 울렸기 때문이다. 타이어에 금속 파편이 박혀 공기압이 떨어지자서 타이어 공기압 감지 시스템(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이 위험 상황을 알려 준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계속 고속도로를 달렸다면 대형 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 공기압이 낮은 타이어로 고속 질주를 하면 타이어의 옆면이 심하게 접혀졌다 펴졌다 하면서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차를 조종할 수 없게 된다. 또한 타이어가 갑자기 파열되거나 이탈해 차가 전복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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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3957건 중 8%인 305건이 타이어 때문에 일어났다. 한국타이어공업협회 송영기 기술부장은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타이어에 못이나 파편이 박힌 줄 모르고 달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TPMS는 이런 사고를 예방한다”고 말했다.

사람대신 컴퓨터와 전자센서가 24시간 내내 공기압 이상 유무를 감시하는 TPMS는 2∼3년 전부터 BMW, 다임러 크라이슬러, 닛산 등의 고급차종에 부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금호타이어가 벤처기업 씨트론과 함께 TPMS를 개발해 첫선을 보였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판될 이 시스템은 타이어 내부의 휠에 장착되는 4개의 무선송신기와 운전석에 설치하는 액정표시장치(LCD·수신기)로 구성되며 한 세트에 25만∼30만원이다. 굳이 BMW를 사지 않아도 기존 차에 이 정도의 돈만 투자하면 타이어 걱정 없이 운전할 수 있다.

당장 내년에 북미지역 수출 물량의 35%인 26만대에 TPMS를 장착해야 하는 현대자동차도 현대모비스와 함께 신차용 TPMS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3년 전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리콜 사태 이후 타이어의 안전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자 연방고속도로안전관리국이 올해 11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TPMS 장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확정한 바 있다.

TPMS는 직접과 간접 두가지 방식이 있다. 직접방식은 타이어 휠마다 설치된 전자 센서가 타이어 내부의 압력과 온도를 감지하여 무선으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간접방식은 타이어에 공기압의 차이가 생기면 타이어 회전수가 서로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한다. 금호타이어연구소 한승철 박사는 “간접방식은 타이어 회전수 측정기능을 가진 ABS 브레이스시스템을 약간만 개조하면 되므로 값은 저렴하지만 타이어 이상의 감지능력은 직접방식보다 떨어진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애초 직접 방식만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가 GM의 로비에 따라 올해 초 간접방식도 허용키로 법률을 바꿨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은 “간접방식은 양쪽 타이어의 압력이 모두 떨어졌을 때 감지하지 못하는 등 불완전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타이어 공기압의 저하는 사고의 위험을 높이지만 자동차의 연비도 크게 저하시킨다. 고유가 시대에 TPMS는 ‘안전’과 ‘연비 향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수단인 셈이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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