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날개' 이익은 "글쎄"…수익성기여 "기대이하"

  • 입력 2003년 3월 4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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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승용차 내수판매가 부진한 가운데 경승용차와 소형차가 눈에 띄게 잘 팔리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에 경차 소형차의 판매 약진이 반가운 현상만은 아니다. 알짜품목인 중대형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판매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면 매출 둔화와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경차 약진, 중대형차 부진=현대 기아 등 자동차 5사의 2월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9만2941대로 1월에 비해 7.3% 감소, 올 들어 두달 연속 하강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배기량 기준 800cc 이하 경차는 유일하게 전달 대비 3.4% 더 팔렸다.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경차 비중도 3.6%에서 4.0%로 높아졌다. 1500cc급 이하(준중형차 포함) 소형차도 판매가 감소(―2.0%)했지만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

반면 대당 판매단가가 비싸고 매출기여도가 높은 중형차와 SUV는 각각 8.5%, 6.6% 판매가 줄어들었다. 특히 경기침체의 ‘무풍지대’였던 SUV의 판매부진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작은 차’ 선호 경향은 고(高)유가와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 경기침체의 장기화 조짐 등으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내수판매 수익성은 악화=주력 차종의 판매가 부진한 현상은 이달 들어서 더 뚜렷해질 것 같다. 현대차의 경우 인기 차종인 그랜저XG와 싼타페의 주문잔고가 이달 중순이면 대부분 소진된다. 계약 이후 인도까지 한달 이상 기다려야 했던 인기 차종들이 이달 중순부터는 계약 즉시 수령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아차 쏘렌토의 대기일수도 곧 1, 2주로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부진에 따른 각사의 경쟁적인 판촉활동도 자동차업체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대당 평균 7.8%가량 자동차 판매가격을 올렸다. 그러나 판촉경쟁이 심했던 뉴EF쏘나타는 3.5% 올랐을 뿐이다. 이런 현상은 올해 더욱 심해져 주력 차종의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종증권 용대인 애널리스트는 “인기 차종의 주문잔고가 줄어들고 소형차의 판매가 증가하는 것은 내수판매의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의미”라며 완성차 업체는 ‘판매단가가 감소하고, 가격도 묶이는’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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