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유전자 억제-활성화 조절…새 유전자 스위치 기술개발

  • 입력 2003년 2월 17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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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에서 RNA로 바뀌는 과정을 조절함으로써 세포 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스위치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바이오벤처기업 툴젠(대표 김진수)은 특정 유전자에만 결합하는 ‘징크핑거(zinc finger)’ 단백질을 이용해 유전자를 전등 스위치처럼 조작할 수 있는 ‘진그립(GeneGrip)’ 기술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연구논문은 생명공학분야 최고 저널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 3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징크핑거’는 단백질 입체구조가 손가락 모양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연구진은 유전자 스위치를 만들기 위해 인간 유전체에 존재하는 약 2000개의 ‘징크핑거’ 단백질 가운데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에만 특이하게 결합하는 50여개를 골라냈다.

연구진은 이들 징크핑거를 모듈로 삼아 ‘DNA 결합단백질’을 만들고, 여기에 전사(轉寫)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전사조절인자’를 붙여 ‘인공 유전자 스위치(진그립)’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인공 유전자 스위치를 세포 내에 주입하면 특정 유전자를 끄거나 켬으로써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암, 심혈관질환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관세포 성장인자의 유전자 발현 조절은 물론 다른 질병의 유전자 치료제나 세포 치료제 개발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툴젠은 이 기술을 세계 10개국에 특허 출원했으며, 국내외 생명공학회사와 기술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김진수 박사는 “인간과 동물은 물론 식물, 미생물의 유전자 조절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는 원천기술”이라고 말했다.

툴젠은 2001년 세계 신약개발기술회의에서 최우수기술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생명과학기술 국제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아시아 10개 생명과학회사’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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