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철의 경영과 인생]<19>필요와 과욕을 구별하라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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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need)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대해서 자연은 긍정적으로 답해주지만 필요 이상의 과욕(greed)에 대해서는 징벌을 주는 것이 자연의 섭리 같다. 출혈로 죽어가는 사람을 수혈(輸血)로 살리려는 노력에 대해 자연은 ‘예스’하고 허락했다(본보 1월13일자 참조). 그러나 장기이식 수술을 시작한 이후 후천성면역결핍증, 즉 AIDS 바이러스가 만연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있다. 각자 자기의 장기를 가지고 살만큼 살다가 죽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면, 남의 장기를 이식받아서까지 생명을 연장하려는 시도는 과욕에 해당할 것이다. 인간의 과욕은 최근 일고 있는 생명복제에서 극에 달하고 있다. 생명은 암수 혹은 남녀 간의 사랑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이성(異性)간의 사랑 없이 과학기술로 생명을 복제하는 일에 대해 자연이 어떻게 답할지 두렵다.

1995년 영국 에든버러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JD)연구병동에서 희생자가 발생한 이래 광우병 공포는 세계를 휩쓸고 있다. 광우병에 걸린 소나 CJD에 걸린 사람의 뇌를 해부해 보면 뇌세포가 여기저기 파괴되어 공동(空洞)이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의료기록을 보면 이런 병이 이미 1950년대 수마트라 섬에서도 있었다. 과거 수마트라 섬에는 식인종이 있었고 그 결과가 시간이 흐르면서 CJD로 나타났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생물은 자기 종족을 먹이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이 자연의 존재양식 같다. 그러나 일부 목축업자들이 소의 발육을 촉진시키기 위한 과욕에서 도축장에서 남은 쇠고기와 뼈를 갈아 사료에 섞어 소에게 먹였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인간의 과욕이 소에게는 광우병을, 그 고기를 먹은 인간이나 고양이에게는 CJD를 안겨준 것 아닐까. 인간의 과욕이 파멸로 이어지는 케이스는 (자연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에도 많다.

포드1세는 부품의 표준화(Standardization), 제품의 단순화(Simplification), 작업의 전문화(Specialization)라는 3S개념을 개발, 이것을 컨베이어 벨트 조립방식과 결합하여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부유층의 사치품에 불과하던 자동차는 일반서민들도 애용하는 생필품이 되었고, 포드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1921년 55.7%에 이르렀다.

자동차 왕이 된 포드1세는 자기 뜻만을 고집하는 오만으로 치닫는다. 1920년대 중반부터 소비자의 취향이 (사회적 신분과 소득수준에 따라 다양한 차종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었지만 포드1세는 원가절감을 이유로 표준형 모델만 고집했다. 소비자들은 (값이 싸다해도) 너무 단순하고 표준화된 모델에 실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포드1세는 제강공장, 유리공장, 타이어 공장을 건설했고, 브라질에 고무농장, 미네소타에 철광산을 매입했다. 이들 원자재를 디트로이트까지 수송하기 위한 선박과 철도망도 손에 넣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구성요소와 복잡한 구조를 가진 거대 조직은 관리 코스트를 상승시켰다.

결국 소비자들은 자기들 취향에 맞는 모델을 내놓은 제너럴 모터스(GM) 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고, 포드의 시장점유율은 1927년 9.3%까지 하락, GM에 1위 자리를 내어주고 1930년대에는 도산위기까지 맞게 되었다. (1940년대에 포드2세가 회사를 정상화시켰으나 아직 1위를 탈환하지는 못하고 있다.)

원가절감은 ‘필요’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것만을 지나치게 추구한 것은 포드1세의 ‘과욕’이었다. 공자는 논어 선진편(先進篇)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을 했다. ‘너무 지나친 것(過)은 부족한 것(不及)과 같다(猶).’ 즉 부족한 것이 나쁜 만큼 지나친 것도 나쁘다는 뜻이다. 과유불급의 진리는 기업경영은 물론 과학과 기술 개발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한때의 성공이 오만을 낳고, 오만이 과욕을 낳고, 과욕이 파멸을 부르는 비극에 빠지기 쉬운 인간―이런 비극의 길에서 탈피하는 지혜는 과유불급에서 찾아야 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yoonsc@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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