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쌍용화재 인수 발표후 이틀째 폭락 "왜"

  • 입력 2003년 2월 6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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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사가 본업과 별로 관련이 없는 사업에 새로 진출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이 결정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사업다각화, 그중에서도 본업과 관련이 없는 사업에 진출하는 이른바 ‘수평적 사업다각화’가 또 다시 증시에서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웅진그룹이 4일 쌍용화재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논란의 발단.

▽냉담한 증시 반응〓발표 다음날부터 쌍용화재를 인수하는 주체인 웅진코웨이 주가가 급락했다. 5일 5.31% 떨어지더니 6일에는 아예 하한가에 가까운 10.36%나 폭락했다.

애널리스트들도 투자 의견을 잇달아 내렸다. 한국투자신탁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이 회사 목표주가를 1만5000원에서 9800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굿모닝신한증권 남권오 애널리스트도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까〓비(非)주력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무조건 안 좋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초 부산방송을 인수한 넥센타이어나 몇 년 동안 꾸준히 케이블TV채널 등을 사들인 동양제과는 오히려 증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두 회사 모두 ‘미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개척했다는 평가.

그렇다면 잘했다 못했다를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

전문가들은 다음의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본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최대한 싼 가격에 인수했는지, 새로운 비전이 있는지 등이 그것이다. 적어도 이 세 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는 만족해야 ‘좋은 투자’라는 설명. 그런데 웅진닷컴은 셋 중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교육 출판 정수기 음료 등이 주력사업인 웅진그룹이 보험회사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다는 분석. 출판이나 정수기의 주요 고객이 주부인 반면 자동차보험의 주 고객은 남자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싼 가격에 인수했는지도 불확실하다는 평가. 인수대금은 200억원가량이지만 쌍용화재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앞으로 더 많은 돈을 쏟아 부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회사가 웅진그룹에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손해보험업계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업종이어서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비주력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기업이나 주주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이니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진출을 결정했다면 ‘왜 진출했는지, 앞으로 전망은 어떤지’를 주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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