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광고주 모셔라… 외국계 광고사들 치열한 수주경쟁

  • 입력 2003년 2월 3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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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외국계 광고회사들이 국내에 진출하며 확보했던 국내기업과의 광고계약 기간이 잇따라 만료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광고회사들은 새로 시장에 나온 광고주들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만료되는 의무광고계약=외국 광고사들은 국내 대기업의 인하우스(in-house·그룹 계열사 광고전담) 광고회사들을 앞다퉈 인수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왔다. 이들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국내 광고회사들로부터 그룹 계열사 광고물량을 그대로 유지시켜준다는 약속을 받아왔다.

국내 광고사들은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은 경영난을 외국사들의 투자와 선진 광고기법 전수(傳受)로 해소할 수 있었고, 외국사들은 인하우스 중심인 한국 광고시장에 아무런 ‘연줄’ 없이 진출하는 부담을 없앨 수 있었다.

지난해 국내 2위 광고회사인 LG애드를 인수한 영국계 광고회사 WPP도 LG그룹 10개 계열사의 광고물량을 3년간 유지한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3∼5년인 의무광고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새로운 광고회사를 찾는 대기업 계열사 광고주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최근 광고계의 가장 큰 관심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1998년 말 계열 광고사인 태광멀티애드를 미국계 광고회사 TBWA에 판 뒤 국내 최대 단일기업 광고주인 SK텔레콤을 비롯한 그룹 광고 상당수를 TBWA코리아에 맡겨왔다.

하지만 최근 6월경 의무광고계약이 끝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SK그룹의 행보에 광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그룹측은 당초 의무광고계약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항간에 SK가 새로운 광고회사를 만들 것이라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혹시나’ 하는 광고회사들이 적지 않다.

99년 현대그룹 광고사인 금강기획을 인수하며 5대 계열사 광고를 5년간 확보했던 미국계 광고회사 CCG도 최근 각 광고주들의 압력으로 의무광고계약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일부 자동차 광고를 제일기획 등 다른 광고회사에 맡겼으며 앞으로도 금강기획 독점이 아닌 경쟁 입찰을 통해 광고회사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요동치는 광고시장=이처럼 의무광고계약에서 벗어난 광고주들이 늘어나면서 광고시장의 판도도 크게 변하고 있다.

연간 6조원 규모인 국내 광고시장에서 매년 새로운 광고계약이 체결되는 액수는 약 6000억∼1조원 수준.

그동안 신규 계약의 상당수가 외국계 투자를 받은 인하우스 광고사들에 그대로 돌아갔지만 의무광고계약이 끝나는 2∼3년 안에 이러한 판도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전망이다.

일부 기업 광고담당자들은 “사실상 경쟁사의 광고를 맡은 회사와 광고계약을 하긴 어렵다”며 변화의 폭이 적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그동안 인하우스 체제에 가장 큰 피해를 본 독립 광고회사들의 기대는 적지 않다.

독립 광고회사 리앤디디비의 한기훈 부사장은 “인하우스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사실 그동안은 의무광고계약 때문에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며 “의무광고가 사라지면 이제 진짜 ‘인연’이 아닌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광고회사의 국내 진출 현황
회사해외 투자사국내 관련 그룹
금강기획영국 CCG현대
WPPMC코리아영국 WPP애경
덴츠영앤루비컴코리아일본 덴츠, 영앤루비컴오리콤 투자
BBDO동방미국 BBDO태평양
FCB한인미국 FCB코오롱
TBWA코리아미국 TBWASK
하쿠호도제일일본 하쿠호도제일기획 투자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일본 덴츠보광
덴츠이노백일본 덴츠-
PDS미디어일본 덴츠-
오길비앤매더코리아영국 WPP 산하 오길비앤매더-
유로넥스트프랑스 유로RSCG-
서울다씨--
퍼블리시스 웰콤프랑스 퍼블리시스-
맥켄에릭슨코리아미국 맥켄에릭슨-
리앤디디비미국 DDB-
그래이프--
제일기획-삼성
대홍기획-롯데
오리콤-두산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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