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료되는 의무광고계약=외국 광고사들은 국내 대기업의 인하우스(in-house·그룹 계열사 광고전담) 광고회사들을 앞다퉈 인수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왔다. 이들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국내 광고회사들로부터 그룹 계열사 광고물량을 그대로 유지시켜준다는 약속을 받아왔다.
국내 광고사들은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겪은 경영난을 외국사들의 투자와 선진 광고기법 전수(傳受)로 해소할 수 있었고, 외국사들은 인하우스 중심인 한국 광고시장에 아무런 ‘연줄’ 없이 진출하는 부담을 없앨 수 있었다.
지난해 국내 2위 광고회사인 LG애드를 인수한 영국계 광고회사 WPP도 LG그룹 10개 계열사의 광고물량을 3년간 유지한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3∼5년인 의무광고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새로운 광고회사를 찾는 대기업 계열사 광고주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최근 광고계의 가장 큰 관심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1998년 말 계열 광고사인 태광멀티애드를 미국계 광고회사 TBWA에 판 뒤 국내 최대 단일기업 광고주인 SK텔레콤을 비롯한 그룹 광고 상당수를 TBWA코리아에 맡겨왔다.
하지만 최근 6월경 의무광고계약이 끝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SK그룹의 행보에 광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그룹측은 당초 의무광고계약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항간에 SK가 새로운 광고회사를 만들 것이라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혹시나’ 하는 광고회사들이 적지 않다.
99년 현대그룹 광고사인 금강기획을 인수하며 5대 계열사 광고를 5년간 확보했던 미국계 광고회사 CCG도 최근 각 광고주들의 압력으로 의무광고계약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일부 자동차 광고를 제일기획 등 다른 광고회사에 맡겼으며 앞으로도 금강기획 독점이 아닌 경쟁 입찰을 통해 광고회사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요동치는 광고시장=이처럼 의무광고계약에서 벗어난 광고주들이 늘어나면서 광고시장의 판도도 크게 변하고 있다.
연간 6조원 규모인 국내 광고시장에서 매년 새로운 광고계약이 체결되는 액수는 약 6000억∼1조원 수준.
그동안 신규 계약의 상당수가 외국계 투자를 받은 인하우스 광고사들에 그대로 돌아갔지만 의무광고계약이 끝나는 2∼3년 안에 이러한 판도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 전망이다.
일부 기업 광고담당자들은 “사실상 경쟁사의 광고를 맡은 회사와 광고계약을 하긴 어렵다”며 변화의 폭이 적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그동안 인하우스 체제에 가장 큰 피해를 본 독립 광고회사들의 기대는 적지 않다.
독립 광고회사 리앤디디비의 한기훈 부사장은 “인하우스 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사실 그동안은 의무광고계약 때문에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며 “의무광고가 사라지면 이제 진짜 ‘인연’이 아닌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광고회사의 국내 진출 현황 | ||
회사 | 해외 투자사 | 국내 관련 그룹 |
금강기획 | 영국 CCG | 현대 |
WPPMC코리아 | 영국 WPP | 애경 |
덴츠영앤루비컴코리아 | 일본 덴츠, 영앤루비컴 | 오리콤 투자 |
BBDO동방 | 미국 BBDO | 태평양 |
FCB한인 | 미국 FCB | 코오롱 |
TBWA코리아 | 미국 TBWA | SK |
하쿠호도제일 | 일본 하쿠호도 | 제일기획 투자 |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 일본 덴츠 | 보광 |
덴츠이노백 | 일본 덴츠 | - |
PDS미디어 | 일본 덴츠 | - |
오길비앤매더코리아 | 영국 WPP 산하 오길비앤매더 | - |
유로넥스트 | 프랑스 유로RSCG | - |
서울다씨 | - | - |
퍼블리시스 웰콤 | 프랑스 퍼블리시스 | - |
맥켄에릭슨코리아 | 미국 맥켄에릭슨 | - |
리앤디디비 | 미국 DDB | - |
그래이프 | - | - |
제일기획 | - | 삼성 |
대홍기획 | - | 롯데 |
오리콤 | - | 두산 |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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