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송금 관련 해설] 처벌 근거와 적용 법

  • 입력 2003년 1월 30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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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원 대북 지원 의혹'과 관련, 여권 고위 관계자가 29일 "현대상선이 2000년 6월 국가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북한에 2240억원을 송금했다"고 밝히면서 주장의 사실 여부와 위법성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돈의 성격과 전달 과정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이나 위법성 여부가 크게 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현대상선이 정부 당국에 신고나 허가 없이 북한에 돈을 송금했다면 관련자들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관련 법규상 북한과의 자금거래는 외국환거래법을 준용해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현대상선이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통일부 장관에게 '허가'를 받고 재경부장관에게 '신고'한 뒤 북한에 송금한 것이 아니라면 외화밀반출 등으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것.

국정원이 송금 과정에 '편의'를 제공했다면 불법행위의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산은의 경우 현대상선의 상환능력이나 대출 기준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대출을 해준 것으로 드러나면 배임 혐의가 적용된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사업상 필요'에 의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면 배임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배임 혐의가 인정되려면 회사의 이익에 반해서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야 하는데, 국가적 지원아래 활발한 대북 사업을 벌이던 현대 측이 "사업자금으로 보냈다"고 주장하면 처벌이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대북 송금이 국익(國益)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으로 내려진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포함된다고 판단되면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근거가 모호해진다. 통치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상황에서 대북 지원의 '단순 창구'로 이용된 현대상선이나 국가 기관의 일부인 산은, 국정원에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우선 대북 송금 의혹의 실체 규명에 주력하고 법규 적용과 형사처벌 문제 등은 나중에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법률상 범죄 혐의 유무와 관계없이 이 과정에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대출 지시와 대북 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면 정치 외교적으로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대출금의 일부가 정관계 로비나 정치자금으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면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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