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비율 부풀리기' 논란

  • 입력 2003년 1월 22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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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체의 50%가 넘는다며 대책 마련을 강조한 데 대해 노동부와 노사정위원회가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2월 비정규직이 전체의 27.3%(360만여명)라는 공식 자료를 내놓았고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3자는 같은 해 5월 노사정위에서 ‘비정규 근로자대책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이를 수용했다.

당시 합의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 기준은 ‘본인이 원하면 계속 근무할 수 있느냐’ 여부였다. 즉 사전에 근무기간을 정해놓지 않아 고용불안의 우려가 없으면 정규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으로 보기로 한 것.

다만 노사정위는 고용불안 염려는 없지만 보험모집인 등 현행법상 근로자가 아닌 경우와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이들(표의 검은 부분, 374만여명)을 ‘취약근로자’로 규정해 별도의 보호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22일 인수위 보고에서 “합법적인 비정규직 사용은 시장에 맡기되 부당하거나 탈법적인 경우는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혀 인수위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비율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비정규직 형태별로 맞춤 대응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노사정위가 한국노동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민주노총 쪽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3곳에 용역을 줘 비정규직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각각 27.0%(노동연구원), 27.3%(KDI), 55.7%(노동사회연구소)라는 결과가 나왔다.

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은 고용계약기간이 없어도 상여금과 퇴직금 등을 받지 못하면 비정규직에 포함시켰기 때문. 따라서 이는 통계청이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임시직과 일용직을 단순 합산한 50.9%보다 더 많다.

이후 노동계는 이 수치를 토대로 개선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와 노사정위는 “인수위 실무자들이 비정규직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비율을 높이는 것 같다”며 “그러나 지난해 노사정 3자가 합의한 비정규직 범위는 명백한 사실이므로 임의로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노동부와 노사정위는 비정규직 월 평균임금이 96만원으로 정규직의 182만원(이상 지난해 8월 현재)의 절반 수준(52.9%)에 그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는 일정 기간을 초과해 일할 경우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자로 간주해 해고를 제한하고 단기간 근로자를 일반 근로자처럼 하루종일 근무하지 못하도록 초과근로 상한선을 두는 등 유형별 보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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