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신뢰경영 제1부 5]법인세, 번만큼 내라

  • 입력 2003년 1월 16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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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유쾌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금이나 죽음을 피해갈 수는 없다.”

미국에서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이 최근 한 말이다. ‘세금을 내겠다’는 운동이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현재 엄연히 진행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세금을 기꺼이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성실납세와 적법경영 없이 신뢰경영을 논하기는 힘들다.

▼연재물 목록▼

- <4>엄격한 외부 감사로 회계 투명성 ↑
- <3>기업지배구조 개혁 지주회사가 첫단추
- <2>이사회 ‘독립’ 아직은 ‘먼길’
- <1>소액주주 믿음이 기업성장 밑거름

조세연구원 손원익 연구위원은 “탈세 사실이 밝혀져 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면 기업가치가 폭락하고 결국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다. 성실납세는 사회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비용은 늘리고 수익은 줄여라=12월 결산기업의 재무팀은 새해가 되면 지난해 재무제표를 확정하는 일 때문에 분주하다. 대개 2월에 주총, 3월에 법인세 신고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법인세를 줄이려는 ‘관성’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기업의 재무팀 실무자들은 ‘비용은 늘리고 수익은 줄여야 한다’는 윗사람의 뜻에 따르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한 회계사는 “특히 자산규모가 작아 외부 감사대상이 아닌 기업은 상당수가 여전히 위에서 내려오는 숫자에 맞춰 회계장부를 작성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접대비나 인건비를 부풀려 기재하거나 매출액을 누락시키는 것 등이 고전적인 방법이다.

▽성실납세가 관행?=2001년 1713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한독약품은 61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뒤 73억원의 순익을 남겼다. 2000년에는 세금이 48억원으로 순익(38억원)보다 많았다.

이처럼 한독약품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경영진이 일절 세금 문제에 간섭하지 않고 있기 때문. 조원휘 회계팀장은 “합작기업인 유럽기업과 함께 일하다 보니 투명하게 세금을 내는 것이 ‘관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평소 ‘3낙(樂)’ 중 하나가 ‘세금납부’라고 말하는 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회장이 이렇다 보니 이 회사 재경팀은 세금을 줄이기 위한 서류조작은 꿈도 꾸지 못한다.

꼭 이 때문이라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88년 설립된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안고도 현재는 화장품 업계 3위로 올라선 데는 투명경영의 힘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2001년에는 3436억원 매출에 세금 106억원을 내고 228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투명경영이 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다.

▽법인세 제대로 내는 기업 많아졌다=대기업 등 외부감사 대상 기업들의 법인세 납부 행태는 과거에 비해 많이 깨끗해졌다는 점은 대체로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대우분식 회계사건으로 회계법인이 문을 닫는 일까지 생기면서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아서 해왔던 세금회피 기법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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