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회장모시기 어렵네”

  • 입력 2003년 1월 13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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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으로 유력시되던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6일로 예정된 전경련 차기 회장 선출은 진통이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이순동(李淳東) 부사장은 13일 “최근 전경련 관계자가 이 회장을 찾아가 회장직 수락을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함으로써 국가에 공헌할 수도 있고 그룹을 잘 이끌어서 공헌할 수도 있는데 아직은 후자 쪽인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

이 회장의 회장 취임을 기대하던 전경련은 이 소식에 다소 우울한 분위기. 재계에선 재벌개혁을 앞세운 차기 노무현 정부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려면 재력과 영향력이 있는 오너 회장이 다음 전경련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지도력을 발휘할 인물로 재계에선 그동안 삼성 이 회장과 구본무(具本茂) LG 회장, 정몽구(鄭夢九) 현대차그룹 회장 등 이른바 ‘빅3’를 꼽고 있다

하지만 구 회장은 반도체 빅딜 이후 전경련 모임엔 ‘의도적으로’ 참석하지 않는다. LG그룹 고위관계자는 “본인이 나서기를 싫어하는 성격인 데다 전경련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도 “정 회장이 사석에서 여러 차례 ‘전경련 회장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빅3가 막판까지 고사할 경우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인 손길승(孫吉丞) SK 회장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역시 본인이 극구 사양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계 입장을 강력히 대변할 수 있는 능력과 논리를 갖춘 분이라면 꼭 오너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너를 회장으로 추대해온 전경련의 전통을 감안하면 조석래(趙錫來) 효성 회장의 선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차기 전경련 회장이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해 이 문제는 총회 직전까지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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