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강댐 완공되면 가뭄-홍수피해 불보듯"

  • 입력 2002년 12월 10일 19시 07분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황강댐을 건설하고 있다는 소식이 10일 알려지자 경기 연천 파주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건설교통부는 그동안 비밀에 부쳐온 이 사안이 본보의 단독보도로 공개되면서 파문이 커지자 하루종일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파주어촌계 1선단장 민선근(閔仙根·53)씨는 “황강댐이 건설되면 파주 연천의 임진강에는 수량이 줄고 수질이 악화돼 어족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보 형태의 소규모 댐인 ‘4월5일댐’으로도 홍수피해를 보았는데 대규모 황강댐이 완공되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진강 일대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파주 연천 지역 어민들은 9월1일 새벽 저수량 3500만t에 불과한 ‘4월5일댐’에서 예고 없이 물을 방류하는 바람에 어선과 어구(漁具)가 떠내려가는 피해를 보았다.

연천군 일대는 식수와 농업용수를 임진강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난해 봄 ‘4월5일댐’ 완공 이후 가뭄 피해를 본 농민들의 우려도 크다.

연천지역사랑 실천연대 이윤승(李允承·44) 사무국장은 “농업용수와 식수를 공급하는 임진강 상류에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댐이 건설되면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1년3월 ‘4월5일댐’ 완공 이후 임진강 일대의 수위가 평소 2m 수준에서 1.5m로 급격히 낮아져 한때 취수장 발전기 1대의 가동이 중단됐다. 수위가 1.4m 아래로 떨어지면 3대의 발전기 모두 가동이 중단되므로 당시 연천군이 긴급히 가물막이 보를 설치하는 등 비상 급수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정부는 ‘4월5일댐’ 피해가 발생하자 올 7월 연천군 중면 횡산리 남방한계선 인근에 수위관측소를 설치했고 북한의 무단 방류에 대비한 경보체제를 갖추었다고 장담했으나 9월 또다시 피해가 발생해 주민들의 불신이 더욱 커져 있는 상태다.

한 어민은 “작은 댐으로도 주민들만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았는데 북한의 대형 댐 건설을 알리지도 않은 정부가 대책을 세웠을 리 있겠느냐”며 정부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건교부는 이날 오전 황강댐 건설관련 기사가 실린 본보가 나온 직후부터 관계당국 및 다른 언론사로부터 전화가 빗발치자 잇달아 대책회의를 갖는 등 하루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임인택(林寅澤) 장관과 추병직(秋秉直) 차관은 이례적으로 이날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기자실에 내려와 황강댐에 대한 정부 입장과 앞으로의 대책 등을 발표하는 등 파문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파주·연천〓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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