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 허가제 '약발' 없다

  • 입력 2002년 11월 27일 17시 44분



대한주택공사가 이달 15일 실시한 경기 파주시 금촌택지개발지구 내 상업용지 공개입찰에는 25필지에 1000여명이 몰렸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40대 1. 일부 필지는 최고 250대 1이나 됐다. 낙찰가도 내정가격보다 3배 이상 비싼 평당 2000만원을 웃돌았다.

반면 민간이 갖고 있는 인근 토지는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다. 파주시가 이달 접수한 토지거래는 15건. 10월(2597건)의 0.5%에 불과하다.

정부가 땅 투기를 막기 위해 11월부터 시행한 토지거래 허가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전체 면적의 83%를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정작 투기가 성행하는 택지개발지구는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특히 택지지구는 정부가 조성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민간 토지와 비교해 형평을 잃은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27일 한국토지공사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죽전지구 단독주택지 198필지 가운데 올 들어 154필지의 명의가 변경됐다. 인근 동천지구도 38필지 가운데 21필지, 남양주시 호평·평내지구는 172필지 중 99필지가 전매됐다. 이달 들어서도 호평·평내지구에서는 7필지의 주인이 바뀌었다.

용인시 죽전동에 있는 부동산중개업소 프라임공인 이주현 대표는 “분양가 2억원인 70평짜리 땅에 프리미엄만 2억원이 붙어 있다”며 “토지거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돼 거래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불법 거래도 만연해 있다.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예정지구에 있는 ‘이주자 택지’ 신청권(속칭 딱지) 프리미엄은 1억3000만∼1억4000만원에 이른다.

이주자 택지 신청권은 택지지구에 살던 원주민들이 땅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로 거래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분양이 시작되면 명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음성적인 매매가 활발하다. 화성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택지지구는 입지여건이 좋아 투기가 가장 염려되는 지역인데도 땅 거래를 풀어놓는 반면 민간이 갖고 있는 주변 토지는 묶어 두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는 녹지지역과 비(非)도시계획구역만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정한다는 방침이어서 택지지구는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이재영(李宰榮) 건교부 토지정책과장은 “택지지구는 도시계획구역이어서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지 않는다”며 “만약 택지지구를 허가구역에 포함시킨다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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