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으쓱’ 4분기 ‘머쓱’…실적 계절타나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7시 16분



《분기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된 2000년 이후 상장사의 분기 실적은 1·4분기(1∼3월)에 가장 좋고 4·4분기(10∼12월)에 가장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름 휴가, 연말 보너스 등 계절적 요인과 △이익은 연초에, 비용은 연말에 반영하는 기업회계 관행에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국내기업의 경영실적 추이를 살피려면 ‘전년동기 대비’ 지표가 유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9·11 테러 같은 경제외적 돌발 요인이 발생한 이듬해인 올해에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기업실적이 과대평가될 수 있어 ‘전 분기 대비’ 지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연초에 좋고 연말에 나쁜 이유〓상장법인의 영업이익 경상이익 순이익은 해마다 1·4분기에 최고치를 보였다가 차츰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순이익은 예외 없이 1·4분기에 가장 좋아 2000년 이후 연간 실적의 30∼45%를 차지해왔다.

이처럼 기업실적이 뚜렷한 계절성을 나타내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의 대부분을 하반기에 한꺼번에 반영하는 국내 기업회계 관행. 국내기업들은 가급적 3·4분기(7∼9월)나 4·4분기에 비용 요인을 반영하고 있다. 연초부터의 누적치로 발표하면 돼 분기 실적이 줄어들더라도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KT는 해마다 4·4분기 실적이 갑자기 악화해 분기 실적을 예측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회사로 꼽힌다.

하반기에 여름휴가로 인한 근로일수 감소, 연말 보너스 지급에 따른 비용 증가 등 계절적 요인이 몰려 있는 점도 계절성과 관련이 있다.

▽전 분기 대비냐, 전년 동기 대비냐〓동양증권 노근환 리서치팀장은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수치를 조정해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분기별 비교보다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분기실적을 발표할 때 누적치와 함께 개별 분기 실적도 함께 발표하도록 관련 규정이 바뀌기 때문에 기업들이 회계상 잔재주를 부릴 동기와 여지가 줄어든다. 따라서 기업실적의 계절성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분기별 실적 비교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작년 3·4분기 ‘9·11 테러’가 발생해 기업실적이 일시적으로 크게 악화했기 때문. 이 영향으로 전년동기 대비로 볼 때 올 3·4분기 실적증가율은 매우 높게 나타난다. 국내기업의 올 3·4분기 경상이익은 전 분기 대비로는 32.5% 감소했지만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201.3% 증가했다. 순이익도 전 분기 대비 31.7%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대비 453%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유난히 나쁜 해의 이듬해나 요즘처럼 미시적인 경기흐름에 대한 판단이 중요할 때는 전년 동기 대비보다 전 분기 대비가 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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