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값 떨어진 버거킹 먹어볼까"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8시 32분



미국 언론들은 19일(현지시각) 일제히 “세계 최고의 가치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가 세계 제2의 햄버거 체인점 버거킹 인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물론 아직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버핏이 버거킹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평생 지켜온 가치투자의 중요한 원칙 몇 가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주가가 하락할 때 많은 전문가들은 “주가 반등 신호를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버핏은 이런 조언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반등 신호를 확인하고 투자하라고? 누가 나한테 ‘증시가 지금부터 반등합니다’라고 알려준단 말인가. 그렇게 알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 좀 소개시켜달라”는 게 버핏의 말.

그래서 그는 주가가 하락기일 때에 더 많은 기업에 투자한다. 모든 투자자가 “가격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을 때 그는 철저한 기업 분석을 통해 싼 가격에 주식을 산다.

버거킹 인수 시도도 마찬가지. 당초 22억달러를 넘던 인수 가격이 버거킹의 매출 감소 등 악재 탓에 최근 15억달러까지 떨어졌다. 버거킹 인수에 관심을 보이던 많은 기업들이 기업 가치 하락에 대한 두려움으로 버거킹 인수를 포기하자 버핏은 거꾸로 인수를 검토하고 나선 것.

▽간명한 기업에 투자〓버핏은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떻게 돈을 버는지 사업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운 기업에는 절대 투자할 수 없다는 것.

버핏이 사업구조가 단순하기 짝이 없는 코카콜라를 영구 보유하겠다고 나선 것도, 버거킹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가치투자의 원칙 때문.

▽뛰어난 가격 협상력〓버핏은 올해 레벨3 등에 투자하면서 연 10∼30%가 넘는 높은 이자 수익을 챙겼다. 이는 버핏이 최대한 유리한 고지에서 기업과 협상에 임한 덕에 높은 수익을 보장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들이 버핏을 가장 신뢰하는 부분도 바로 이런 버핏의 높은 협상력이다.

주식투자도 마찬가지. 기업이 좋아 보인다고 아무 가격에서나 마구 주식을 사서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서울대 투자연구회 김민국 회장은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 싶은 종목에 대한 ‘가격 협상력’을 갖는 것”이라며 “팔려는 사람이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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