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교체 3년서 4년6개월로…부품 업그레이드 선호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8시 11분


PC 시장의 ‘3년 교체 주기설’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가트너그룹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일반 소비자와 기업들이 PC 구입을 미루고 있다”며 “PC 제조업체의 재고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그룹이 말하는 PC란 2만5000달러(약 3000만원) 미만의 데스크톱PC 노트북PC 서버 등. 가트너그룹에 따르면 올해 PC 업체들은 지난해보다 1.8% 증가한 1억2730만대의 PC를 생산했다. 2003년에는 사정이 조금 나아져서 7%가량의 성장이 기대되나 그동안의 두 자릿수 성장세에 비하면 저조한 수치라는 것.

전통적으로 기업과 개인은 3년마다 새 PC를 구입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소비자는 △PC를 새로 사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불투명한 경기 전망 때문에 현금 지출을 미루고 있어 PC의 교체 주기가 3년보다 훨씬 길어지고 있다.

그나마 있는 여유자금을 PC 대신 비디오게임기 디지털카메라 DVD플레이어 등에 쓰는 소비자가 많아 PC의 수명은 더욱 길어지고 있다. 기업쪽에서도 소프트웨어나 부품 교체 위주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트렌드가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PC의 개념이 과거 ‘초고속 컴퓨팅 도구’에서 ‘인터넷 접속도구’로 바뀐 것으로 본다. 3∼4년 전의 PC 사양은 중앙처리장치(CPU) 700∼800㎒, 메모리 128MB,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10GB 정도이지만 이 정도면 인터넷을 만족스럽게 사용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PC 제조업체 사이에서는 “이제 ‘주기설’은 잊고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백색가전을 파는 기분으로 PC를 세일즈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

LGIBM 마케팅담당 박시범 이사는 “앞으로 홈네트워킹이 보편화할 때쯤 PC에 대한 대규모 수요가 있을지 몰라도 ‘업그레이드 붐’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IBM은 PC 교체주기를 ‘4년6개월+α’로 본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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