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기자의 증시산책]‘정보’보다 ‘분석’이 돈과 친하다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7시 36분


1815년 6월20일, 워털루전투에서 영국의 웰링턴 장군이 프랑스의 나폴레옹을 이겼다는 소식으로 영국의 주식과 채권값이 폭등했다. 유대인인 네이선 로스차일드는 영국의 승리 소식을 며칠 전에 알아 주식과 채권을 사두었다가 하루만에 약 100만파운드(요즘 돈으로는 수십억파운드)를 벌었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가 500을 밑돌던 1992년 8월, 1998년 6월, 2001년 9월에 증권사 임원을 지낸 L씨는 빚을 내 주식을 사서 900을 넘을 때 모두 팔아 수십억원의 이익을 냈다. “종합주가가 10년 주기로 500∼1000 사이에서 오르내리고 있어 700 아래에선 사고 900 위에선 팔면 연간 4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스차일드와 L씨는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정보의 성격은 크게 다르다. 로스차일드는 남들이 아직 모르는 ‘독점정보’ 덕으로 큰돈을 벌었다. 일반투자자들이 그토록 ‘돈 되는 정보’를 찾아다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L씨는 누구에게나 알려진 ‘사실’을 활용해 이익을 남겼다.

11월부터 ‘공정공시제도’가 시행돼 독점정보를 갖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정보를 얻는 것보다 그것을 이해하고 통합·분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것.

칠면조는 새끼 칠면조가 내는 ‘칩칩’이란 소리를 들어야 새끼를 정성스럽게 돌본다고 한다. 천적인 족제비를 박제로 만들어 ‘칩칩’이란 소리가 들어간 녹음기를 틀면 족제비마저 제 새끼처럼 사랑한다는 것. 포티누스라는 수컷 개똥벌레는 포투리스라는 암컷 개똥벌레의 형광 신호에 이끌려 다가가다가 잡아먹히고 만다. 지능이 떨어지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도 주식투자를 하거나 필요하지도 않은 비싼 양복을 살 때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인터넷열풍’이 불던 1999∼2000년초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언제 등록될지도 모른 채 액면가의 수십배를 주고 주식을 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증시에는 나를 속여 돈을 빼앗아가려는 ‘전문가’들이 많다. 귀에 솔깃한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들이 정말 전문가인지’‘그 말이 정말로 가능한지’ 등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 사기와 작전에 걸려들지 않는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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