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칠레 자유무역협정 20일 가서명할듯

  • 입력 2002년 10월 16일 18시 53분


한국과 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이르면 20일 마무리돼 협정에 가서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16일 청와대에서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 회의를 갖고 칠레 정부가 11일 스위스 제네바 회담에서 제시한 ‘FTA 양허안’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외교통상부가 밝혔다.

이성주(李晟周) 외교부 다자통상국장은 “양국은 18일부터 2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6차 회담을 갖고 막바지 협상을 벌일 예정”이라며 “굵직한 현안이 타결된 만큼 협정에 가서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번에 가서명을 할 경우 이르면 연내에 협정 체결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간 협정 체결 후 국회 승인 등 비준 절차는 양국 정치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한-칠레 합의 내용〓양국은 그동안 쟁점이 된 칠레산 사과와 배에 대해서는 협상 대상 품목에서 제외해 한국이 자율적으로 수입을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칠레의 대한(對韓) 수출품 중 1.2%(2001년 기준)를 차지하는 포도는 앞으로 최고 10년간 ‘계절 관세’를 부과하다 없애기로 했다. 이러면 칠레산 포도의 경우 한국이 포도를 생산하지 않는 11월∼이듬해 4월에만 관세를 차츰 내리다 10년 후에는 없앤다.

한국은 칠레로 수출하는 공산품 중 세탁기와 냉장고에 대해서는 칠레측의 기존 관세를 유지키로 했다. 다만 앞으로 대(對)칠레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승용차는 관세철폐 항목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배경 및 전망〓그동안 사과와 배는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텨온 칠레가 일부 양보한 것은 한국과 FTA를 맺음으로써 얻을 대외신인도 향상 등을 의식한 것으로 외교부는 풀이했다.

1999년 9월 뉴질랜드 정상회의에서 협상을 하기로 합의한 후 3년여를 끌어온 양국간 FTA 협정 체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걸림돌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복숭아 등 일부 과일류에 대해 10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고 쇠고기 닭고기는 매년 일정 물량을 낮은 관세로 수입해 달라는 칠레측 요청에 대해서는 아직 절충해야 한다.

농림부 당국자는 “한국정부는 18일 제네바 회의에서 칠레측 양허안에 관세철폐 대상으로 포함된 품목 가운데 일부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이후에 논의하자고 제안할 예정”이라며 “칠레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가서명 여부를 아직 속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농민단체 반발〓한-칠레FTA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자 농민단체들은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협상의 최종 단계까지 오면서 농민에게 협상 내용과 피해대책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한-칠레FTA는 쌀값 하락과 태풍 피해로 위기에 처한 농민을 죽이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도 성명을 통해 “농업국인 칠레와 FTA를 체결하는 것은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협정 체결을 강행할 경우 400만 농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칠레의 주요 교역품목(단위:%)
한국 수출순위한국 수입
품목비중품목비중
휴대용전화기15.01동괴48.1
경유 9.22동광21.6
화물자동차 8.43펄프 9.9
세단형승용차 6.94철강 5.0
지프형승용차 5.85석유화학제품 4.4
폴리에스테르 직물 4.06수산가공품 2.2
세탁기 3.67아연광 1.3
스테이션 왜건 3.68제재목 1.3
고밀도 에틸렌 3.49어류 1.2
자동차 부품 3.110포도 1.2
승용차,냉장고 등37.0기타원목 비료 등 3.8

(2001년 기준. 자료:외교통상부)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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