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금 과다투입 실태-문제점

  • 입력 2002년 9월 30일 07시 04분


감사원 특감자료에서 드러난 정부의 공적자금 부당 투입 사례는 정부가 국민 혈세(血稅)나 마찬가지인 공적자금을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감사원이 지난해 짧은 기간 내에 특감을 벌여 적발한 부당 투입 규모만도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볼 때 엄정하게 조사를 벌인다면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특감 자료를 분석한 민주당 이희규(李熙圭) 의원은 “이번에는 부처 장관이나 기관장들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를 받은 사안만 집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배당 상품에 공자금 투입 ‘모럴해저드’〓은행과 투자신탁회사 등의 실적배당 금융상품의 손실은 예금주(또는 투자자) 몫이지만 공적자금을 투입, 국민 세금에서 물어준 셈이 됐다. 금융감독위원회는 1998년 7월 공적자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동화은행 등 5개 퇴출은행의 신탁상품을 모두 공적자금으로 메워줬다. 특히 예금자보호법의 적용대상을 받지 않는 183개 부실 신용협동조합에 대해 1조9521억원의 공적자금을 털어 넣은 것도 정부의 대표적인 ‘직무유기’ 사항으로 지목된다.

▽대우그룹 강제지원했다가 공적자금 날려〓대우그룹 부도를 막기 위해 시장원리를 제쳐두고 정부가 금융기관들을 끌어들여 채권을 팔지 못하도록 한 것도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왔다. 금감위는 2000년 6∼7월 부도가 났거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대우그룹 부실 회사채를 갖고 있던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에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6948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이 중 2496억원은 곧바로 공적자금 손실로 이어졌고 나머지는 아직도 시장에서 처분하지 못하고 예보와 자산관리공사가 갖고 있어 잠재적인 부실로 남아 있다.

▽부실채권도 고가 매입〓재정경제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97년 12월 1차 공적자금을 조성하기 전에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기 위해 서울은행 등 27개 은행이 발행한 후순위 채권을 사주면서 인정한도보다 1조1059억원을 초과 매입해 이 만큼 공적자금을 더 쓴 결과를 초래했다고 감사원측은 밝혔다.

또 97년 11월 영업인가 취소 우려가 있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사들였던 자산관리공사는 매입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결정하는 바람에 정산차액 7339억원을 발생시키고 이 중 3334억원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견제장치 없다는 게 더 문제〓문제는 정부의 정책 잘못으로 인한 책임에 대해서는 감사원 조치 이외에는 특별히 책임을 물을 만한 견제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감사원은 대부분 해당 장관이나 기관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거나 시정 통보하는 데 그쳤다. 종금사 출신의 한 임원은 “156조원의 공적자금 부실운용에는 정부 책임도 큰 몫을 차지한다”면서 “국회가 ‘겉핥기식’ 국정조사에 그치지 말고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을 묻는 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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