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국내진출 외국계기업 적극적 현지화 전략

  • 입력 2002년 9월 29일 17시 38분


종합 정보통신 업체라는 미국 본사의 이미지에 '디지털 전자제품'이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가미된 서울 여의도의 한국 HP전경.
종합 정보통신 업체라는 미국 본사의 이미지에 '디지털 전자제품'이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가미된 서울 여의도의 한국 HP전경.
【다국적 기업의 한국 토착화 전략이 눈에 띈다. 한국시장을 공략하려면 한국을 잘 아는 사람이 진두지휘해야 한다며 최고경영자(CEO)를 속속 한국인으로 바꾸는 기업이 늘고 있다. 또 다양한 제품군 가운데 한국시장에 맞는 제품을 ‘콕 찍어’ 내놓는다.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되 현지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라(Think globally and act locally)’는 마케팅 전략 이론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셈.】

▽CEO는 한국인이어야〓과거에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법인이 출범할 때 직원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어도 CEO만은 외국인인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인을 CEO로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암웨이는 한국에 진출한 지 11년 만인 올 5월 처음으로 한국인인 박세준(朴世俊·50)씨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다국적 식품회사인 네슬레도 4월 한국네슬레 사장으로 이삼휘(李森徽·54)씨를 내세웠다. 1987년 한국네슬레를 세운 이후 처음이다. 이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본사의 현지화정책에 맞춰 다국적기업인 네슬레를 좀 더 한국 시장상황에 맞는 기업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코닥은 강동성(姜東成·47) 사장이 외국인 사장에 이어 취임한 2000년 3월 이후 실적이 크게 향상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과 수익이 전년보다 각각 15%, 5% 늘었고 필름시장 점유율도 35%에서 42%로 늘어난 것.

▽한국시장에 맞는 제품에 주력해라〓2000년 말 한국시장에 진출한 JVC는 종합가전 메이커지만 한국시장에서는 디지털 캠코더와 오디오를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초창기 한국기업들이 강하지 않은 분야를 집중 공략해야 했기 때문. 최근에는 PDP TV 등 홈시어터도 함께 내놓고 있다.

JVC코리아는 비슷한 시기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올해 예상 연매출은 850억원가량.

최근 컴팩과 합병한 한국휴렛팩커드(HP)는 다양한 제품군 가운데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잘 쓰고 있다. PC시장에서는 한국 업체들의 데스크톱PC 점유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노트북PC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별로 눈을 돌리지 않을 때 개인휴대단말기(PDA)에 몰두해 ‘아이팩’은 한국 내 고가 PDA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데이터베이스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오라클도 한국 시장에서는 기업용 솔루션업체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오라클이 기업용 전자상거래사업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기업간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한국오라클 매출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 세계 145개 오라클 지사 가운데 한국오라클은 매출규모에서 10위권 내에 드는 우량한 지사로 성장했다.

JVC코리아가 지난 여름 서울 중구명동에서 디지털 캠코더 등 디지털 제품 판매 확대를 위해 거리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