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우먼 25시]‘나만의 노하우’ 확보… 최선 다하라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27분


‘옛말’에 노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과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을 대표적인 거짓말이라고 했다.

요즘 ‘버전’으로는 직장 회식 자리에 가면서 “밥만 먹고 간단히 끝내자”는 말이 이런 거짓말에 속한다.

‘밥만 먹자’는 자리 치고 2차, 3차로 이어지지 않는 자리는 드물다.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망가지지’ 않기 위한 여성 직장인들의 술자리 노하우도 다양하다.

▽‘최선을 다한다’는 인상을 남긴다〓처음부터 주량을 확실히 밝히고 그 한도에서 최선을 다한다. 체질상 술을 거의 못하는 이모씨는 맥주를 조금이라도 마시는 성의를 보인다. 동료들은 이씨가 반 잔만 마셔도 감동하고, 한 잔을 마시면 뜯어 말린다고….

광고대행사에 다니는 안모씨(28)는 폭탄주든 양주든 초반에 분위기를 띄워 술을 많이 마신 것처럼 보인 후, 다들 취할 때쯤 되면 분주히 취한 사람을 돌본다. 술을 더 안 마셔도 되고 ‘의리 있다’는 평도 얻을 수 있다.

유통업체에 다니는 신모씨는 최선을 다한 후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엎어져 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깨어 있으려는 가상한 노력이 보여야 하기 때문.

▽노래, 게임 등으로 경쟁력을 키운다〓광고대행사에 다니는 홍모씨(27)는 술을 더 마시기 어려우면 게임을 제안한다.

‘고백점프’부터 ‘쿵쿵따 게임’까지 달인의 경지라 거의 걸리지 않는다. ‘합법적으로’ 술을 안 마실 수 있다.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동생을 데리고 ‘될 때까지’ 연습을 한다고….

오리온그룹 3년차 직원 허모씨는 무대 가까운 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가 줄기차게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부른다.

많은 노래 레퍼토리와 끊임없이 탬버린을 두드리며 춤을 출 수 있는 체력이 필수.

▽‘요주의 인물’을 살펴둔다〓‘강권형’ 술자리를 주도하는 사람에게 술을 몰아준다. 직원들이 번갈아 팀장에게 술을 권하는 방식.

‘공공의 적’을 ‘조기 퇴출’시키는 작전이다. ‘퍼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 직원들과의 연대가 중요하다.

‘요주의 인물’의 인간성을 과잉 칭찬하며 아예 술을 권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마음 약한 상사나 동료에게 잘 통하는 방법이다.

▽술자리를 활력소로 활용하자〓직장내 성희롱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술 실력’을 업무 능력과 연관시키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강권형 회식도 줄어드는 추세.

5년차 직장인 이모씨는 “적당히 취하면 다른 직원들의 속내나 고충, 때로는 정보까지 들을 수 있고 평소 못 나누던 얘기를 하면서 인간관계도 돈독해진다”며 “무작정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비공식적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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