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회계파문에 수출시장 위축된다”…삼성경제硏 경고

  • 입력 2002년 7월 3일 18시 53분


미국의 분식회계 파문은 한국에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희갑(崔熙甲) 수석연구원은 3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기업들의 분식회계 파문으로 국제자본이 미국을 떠날 경우 원-달러환율이 급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발(發) 분식회계 파문은 ‘투자자 신뢰저하→미국기업의 투자저하→경기회복 지연→중남미 경기불안’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이 주요 수출시장에서 고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 기업들의 분식회계 파장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무엇보다 환(換)위험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스톡옵션이 부른 재앙〓뉴욕 월가에서는 요즘 ‘순이익 거꾸로 계산하기(Backing In)’라는 말이 유행어다. 매출액에서 비용을 빼 순이익을 계산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순이익 규모부터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매출과 비용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6월29일자에서 미국 기업이 발표하는 이익 규모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문을 제기했다. 수많은 기업이 발표하는 흑자금액이 우연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증권사의 전망치보다 번번이 조금씩만 높다’는 것이 의문의 요지.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스톡옵션을 챙기기 위해 ‘주가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은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고 CEO가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기 위해 도입된 스톡옵션이 오히려 거짓 경영의 출발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회계조작 문제로 비난받고 있는 엔론(에너지상품 거래), 타이코(전자장비업체), 월드컴(장거리통신), 제록스(디지털기기) 등은 신개념 상품을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제록스 그룹 부사장(VP)을 지낸 효성그룹 김진현 고문은 “회계법인이 첨단기업이나 신개념 기업의 분식회계를 잡아낼 경험을 축적하지 못한 상태에서 분식회계가 싹텄다”고 말했다.

▽한국기업, 대주주 횡포 막아야〓미국 기업에서 경영권을 위임받은 경영자의 과욕이 문제라면 한국의 일부 기업에서는 대주주가 경영을 전횡하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안건회계법인 출신 한 회계사는 “감독이 느슨한 비상장회사는 아직도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감시해야 할 감사(監事) 자리에 대주주의 친인척이 앉아 있다”며 “감사가 임기만료 후 CEO로 선임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견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금융감독원이 실적 부풀리기 등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흥창 장미디어 동신에스앤티 등 코스닥 등록기업들은 모두 대주주가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률정비 등 제도적 장치보다는 대주주의 투명경영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금융감독원 회계감리국 이재식 팀장은 “실무자 혼자서 대주주나 CEO 몰래 회계를 조작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금융당국에 부실회계와 관련 조치를 받은 기업
일시기업내용당국의 조치
3월흥창 신화실업이익 과대 계상대표이사 검찰고발
대한펄프자산과대 계상대표이사 임원 검찰 고발
대한바이오링크자산과대 계상
4월한원마이크로웨이브재무제표 허위작성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
6월새한 새한미디어 신성통상이익 과대 계상관련 임원을 검찰에 고발
케피코회사예금을 불법인출, 재무제표 허위작성회계담당임원 및 직원을 검찰에 고발
자료: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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