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K “잘 나갈때 영토 넓혀라”…가스公등 입찰 참여

  • 입력 2002년 6월 8일 22시 42분


SK그룹의 확장 기세가 무섭다.

KT 지분을 전격 인수한 데 이어 한전 발전자회사와 가스공사 등 공기업 민영화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으며 현대석유화학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맹렬한 기세로 그룹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재계는 SK의 영토 확장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공격 경영 발진〓SK는 올해 초 경영계획을 밝히면서 ‘공격 경영’을 선언했지만 최근의 행보는 예상을 뛰어넘는 기세다. 당초 전망을 뒤집고 KT 최대 주주가 된 데 이어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확장 의사를 감추지 않고 있다.

손길승(孫吉丞) SK 회장이 7일 자사 임직원들에게 한전 발전자회사와 가스공사의 입찰에 참여할 뜻을 밝힌 데서도 확장 경영 의욕은 확인된다.

손 회장은 “신용카드 사업도 준비중”이라고 말해 그동안 참여 여부를 놓고 혼선을 빚었던 카드사업에 대한 방침도 분명히 했다.

▽왜 몸집 키우나〓SK는 지난해 2조5000억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당기순이익을 냈다. 98년 이후 끊임없이 추진해온 구조조정 작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SK 경영진은 “현재의 수익구조가 지속되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을 자사 직원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그룹 오너인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은 “현재의 사업 모델만으로는 중장기적인 발전이 어렵다”면서 “근본적으로 바꿔야 산다”고 주문하고 있다.

SK 경영진의 위기감은 SK의 ‘약점’에서 비롯되고 있다. 수익구조가 철저히 내수 위주라는 점. 작년 그룹 전체적으로 50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수출 비중은 26%(13조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수출 중개 기능이 많은 상사의 수출이 절반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내수 비중은 훨씬 더 높은 셈이다.

SK 고위 관계자는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룬 삼성 등에 비해 SK는 내수 위주 구조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현금 박스인 SK텔레콤은 작년 1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가입자 수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앞으로도 큰 이익을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KT의 최대주주가 돼 유선 서비스 사업에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2가지 성장 전략〓SK의 성장전략은 2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먼저 이른바 ‘TO-BE’모델로 불리는 신규사업 개발이다. 최 회장은 계열사들이 미래의 수익모델을 만들어 낼 것을 계속 주문하고 있다. SK㈜가 에너지와 마케팅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에너지 마케팅 사업군을 신설한 것이나 자동차 운전정보 서비스 ‘엔트렉’ 등이 ‘TO-BE’ 모델들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주력 분야는 더욱 굳히고 있다. 특히 20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에너지와 정보통신 사업을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SK는 유공(현 SK주식회사),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대한송유관공사 등 공기업을 주로 인수하는 전략을 써왔다. 최 회장은 평소 “기업을 인수해 잘 키우는 것도 큰 강점 아니냐”고 말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추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명재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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