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총수주재 사장단회의 정부-재계 신경전

  • 입력 2002년 6월 7일 18시 25분


삼성 LG 등 주요 그룹 회장이 최근 잇따라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것을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 사이에 미묘한 갈등 기류가 흐르고 있다.

정부 측은 “이런 사장단 회의는 한국 대기업이 ‘황제식 경영’으로 되돌아가려는 신호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비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시각이다.

반면 재계에서는 “정부식 논리라면 사실상 그룹을 해체하라는 이야기인데 총수 주재 사장단 회의는 실(失)보다 득(得)이 더 많다”며 반박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7일 “전체 계열사 지분 중 개인지분을 1∼2%만 가진 오너가 계열사간 출자 등을 통해 전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사장단 회의에서 개별 기업경영에 간여하는 것은 법적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현재 63개 계열사 중 9개사의 등기이사 및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LG 구본무(具本茂) 회장은 52개 계열사 중 3개사의 등기이사 및 전자부분 지주회사인 LG EI와 화학부문 지주회사인 LG CI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SK㈜ 최태원(崔泰源) 회장은 62개 계열사 중 5개사의 등기이사 및 SK㈜의 대표이사이며 현대자동차 정몽구(鄭夢九) 회장은 25개 계열사 중 6개사의 등기이사 및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로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회장 주재 사장단 회의를 문제삼는 것은 현실적으로 엄연히 실체가 있고 한국경제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한 기업집단(그룹)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반격하고 있다.

삼성구조조정본부의 관계자는 “사장단 회의는 일본의 대기업이나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에도 있는 경영회의”라며 “경영간섭 목적이 아니라 계열사간의 정보교환이나 전략회의의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성소미 기업정책팀장은 “한국에서 기업집단이라는 실체를 부인할 수는 없으며 그룹의 특성에 따라 사장단 회의도 할 수 있다”며 “다만 그룹회장의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주주들이 피해를 볼 경우 주주들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임원으로 등재한 뒤 합법적으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4대그룹 오너 총수의 임원 등재 현황
기업인그룹대표이사 등기이사
이건희삼성삼성전자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물산, 신라호텔, 제일모직, 에버랜드, 삼성코닝, 삼성저팬
구본무LGLG CI, LG EI LG칼텍스정유
최태원SKSK㈜SKT, SK글로벌, SKCNC, 워커힐호텔, SK임업
정몽구현대차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NGB, 로템, 현대파워텍
자료:각 그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