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협특집]현지 '밀착 마케팅' 현장

  • 입력 2002년 5월 27일 17시 49분


‘쉽게 살 수 있다’는 뜻의 ‘이마이더(易買得)’로 상호를 내건 이마트 상하이점
‘쉽게 살 수 있다’는 뜻의 ‘이마이더(易買得)’로 상호를 내건 이마트 상하이점
‘중국 시장을 잡아라.’

국내 업체들이 온갖 묘책을 동원해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지인 채용과 현지인 정서에 맞는 마케팅은 기본. 하지만 중국인을 ‘내 방식’에 맞추겠다는 기업도 있다.

▽예술 같은 이름〓94년 중국에 진출한 오리온 초코파이의 중국 이름은 ‘하오리요우’(好麗友·좋은 친구) 파이. 우정을 컨셉트로 하고 ‘오리온’과 비슷한 발음의 다른 이름을 생각하다 만든 상표다. 롯데제과가 이미 중국에 초코파이를 상표로 등록해 놔 고육책(苦肉策)으로 만든 이름이기도 했으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인민일보와 CCTV가 공동으로 조사한 ‘전국 주요도시 소비자 조사에서’ 4년 연속 파이류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97년 상하이에 진출한 신세계 이마트도 중국 이름은 ‘이마이더’(易買得). 상하이 현지어로 ‘이마떠’로 읽혀져 원어 발음에 가까운데다 ‘쉽게 살 수 있다’는 뜻이 절묘하게 합쳐져 히트한 이름이다.

이 밖에도 빨간색을 유난히 선호하는 특성을 이용해 국내 백색가전을 ‘적색 가전’으로 탈바꿈시키거나 ‘8’이란 숫자를 유난히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모델명에 8을 집중해 넣는 등의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상하이 시내 2층버스의 한 면을 장식하고 있는 농심 신라면 광고

▽내 식으로 승부한다〓농심은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중국인들을 위해 ‘덜 매운’ 신라면을 개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운 걸 못 먹으면 사나이 대장부가 아니다”는 컨셉트의 TV 광고를 하면서 중국인의 입맛을 길들이고 있다.

신라면의 독특한 매운맛이 최고의 경쟁력인 만큼 당장은 중국에서의 판매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본질’을 바꾸지 않는다는 전략. 특히 중국 라면보다 70% 정도 가격을 높게 책정해 대도시 중산층 이상을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다.

농심 홍보팀 최호민 과장은 “중국 상하이의 대형 할인점에서 신라면이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라〓중국인들의 호기심은 세계적으로 유명해 한국 속담이나 욕에서도 제법 등장할 정도. 이마트 상하이점은 국내 점포와 달리 진열대마다 매일 2, 3개의 신상품을 갖다놓아 호기심을 은근히 자극한다고.

또 시연판매나 시식코너도 국내보다 발달해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연어구이를 시식대에 내놓자마자 30분 동안 50㎏이 나가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밖에도 많은 중국진출 기업들은 소수의 관리인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국 현지에서 인력을 채용하는 데다 현지 풍속을 존중하는 등 인화(人和)를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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