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조흥-외환-하나銀도 ‘지주社 실험’ 가속화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55분


은행권에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확산되고 있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은행은 연말까지 지주회사 설립을 마칠 계획이고 외환은행도 내부적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근 김승유 행장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의 간담회에서 “금융지주회사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빛은행 등을 거느린 우리금융지주회사를 시작으로 신한지주회사가 작년 9월 공식 출범한 바 있다.

▽왜 지주회사인가〓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권의 최대 화두는 ‘대형화’다. 덩치를 키워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

대형화로 가는 길은 △은행간 합병과 △지주회사 울타리 안에 증권 보험 투신사 등을 모으는 두 갈래.

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원은 “은행 합병은 가격과 조건이 맞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려우므로 대안으로 금융지주회사로 선택한 것”이라며 “은행들이 대형화를 위한 방향은 잘 잡았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앞으로 지주회사에 대해 연결납세제도와 지주회사 부채비율 상향조정(130→200%) 등의 혜택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고 지주회사는 타인 자본을 동원해 자회사 자본금을 늘릴 수 있어 자회사의 재무구조가 탄탄해지는 장점이 있다.

▽만병통치약은 아니다〓지주회사의 성공 여부는 최고경영진의 리더십과 운용능력, 자회사간 시너지 효과에 달려 있다.

김 연구원은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강력하게 지휘하고 전략을 체계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면 옥상옥(屋上屋)이 된다”며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자회사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면 실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 경영진을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때문인지 증시에서는 금융지주회사 전환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현대증권 조병문 연구원은 “금융지주회사로 바뀌었다는 것보다는 자회사가 각 분야에서 얼마만큼 시장지배력을 늘려가는지가 중요하다”며 “아직은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은 99년 말 금융근대화법이 통과되면서 은행지주회사가 5900개나 생겼다. 이 가운데 씨티그룹처럼 탁월한 경영성과를 낸 곳도 있지만 부실경영으로 문을 닫은 곳도 많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자회사 고객정보 공유 장점▼

◇금융지주회사=지주(持株)회사가 은행 증권 카드 보험 투신 등 금융관련 자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형태. 가장 큰 장점은 자회사간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