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造船수주 1분기 46% 감소…가격도 계속내려 ‘이중고’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24분


국내 조선업계가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9·11 테러사태 이후 급속히 떨어졌던 선가(船價)가 올 들어서도 내림세인데다 조선 수주량도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미국 테러사태 여파로 대부분 하락세로 반전됐던 신조 선가는 최근에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영국 조선전문 조사기관인 클락슨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30만t급 초대형유조선(VLCC) 가격은 △2000년말 7650만달러 △작년말 7000만달러 △올해 3월 6850만달러로 계속 낮아졌다. 이는 1993년 이후 최저가다.

3500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의 선가도 2000년말 4150만달러에서 작년말 3600만달러로 떨어진 뒤 올 3월에는 3400만달러로 추가하락해 역시 93년 이후 가장 낮다.

한국 조선업계의 주력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은 액화천연가스(LNG)선 역시 2000년말 1억7250만달러에서 작년말 1억6500만달러, 올 3월 1억6000만달러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선가 하락과 함께 선박 수주량도 격감하고 있다. 한국조선공업협회 분석에 따르면 올 1·4분기(1∼3월) 한국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량은 총 91만7000CGT(선박크기를 재는 단위)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나 줄었다.

선종별로는 탱커가 27만4000CGT로 작년 동기 대비 66.3% 감소했으며 작년 1·4분기에 52만2000CGT를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올해 같은 기간엔 단 1대도 수주하지 못했다.

1·4분기 건조실적(168만CGT)도 작년 동기대비 9.4% 줄었다. 다만 조선업계가 사상 최대치의 물량을 수주했던 2000년 수주 물량이 대부분 올해 건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 건조실적은 지난해 실적(645만CGT)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선경기는 올 하반기는 돼야 살아날 전망이다. 대우조선 이상우 팀장은 “아직까지는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잔량에 여유가 있지만 앞으로 선가하락과 수주량 감소가 지속될 경우 한국과 일본 업체간의 수주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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