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국내에서 최대 규모의 건설연구소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외환위기와 1999년말 이후 계속된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건설기술 투자를 대폭 줄여나갔다.
이에 따라 99년 150여명에 달했던 기술연구소 연구원이 현재는 79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또 기술개발 건수도 2000년 67건에서 지난해에는 60건으로, 올해 목표는 49건으로 각각 축소 조정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비교적 경영여건이 좋았던 삼성건설도 예외는 아니다. 97년 106명이던 연구원을 지난해 말 현재 50명으로 줄이고 연구개발비도 97년 48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1% 수준인 15억원으로 감축했다.
대우건설도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120명에 달한 기술인력을 지난해 말 현재 85명 수준으로 줄였다. 또 연구과제도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기술 개발보다는 현업부서에서 즉시 사용한 가능한 단기적인 과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도 99년 29명이던 기술연구소 인력을 19명으로 줄여 운영하는 등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건설기술 개발을 축소하고 있다.
정부도 건설기술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정부의 총 연구개발 예산이 지난해보다 15%나 늘었지만 건설교통부의 연구개발예산은 64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 가까이 줄었다.
가뜩이나 한국의 건설기술이 선진국의 70∼80% 수준에 불과한 상태에서 이같은 추세는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제조업에서는 기술 개발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며 “건설업도 예외일 수 없음을 기업이나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