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건설기술 투자 ‘뒷걸음질’…인력-개발비 70%까지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01분


외환위기 이후 국내 민간기업과 정부의 건설기술 개발 투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국내 건설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에서 최대 규모의 건설연구소를 운영하기도 했으나 외환위기와 1999년말 이후 계속된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건설기술 투자를 대폭 줄여나갔다.

이에 따라 99년 150여명에 달했던 기술연구소 연구원이 현재는 79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또 기술개발 건수도 2000년 67건에서 지난해에는 60건으로, 올해 목표는 49건으로 각각 축소 조정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비교적 경영여건이 좋았던 삼성건설도 예외는 아니다. 97년 106명이던 연구원을 지난해 말 현재 50명으로 줄이고 연구개발비도 97년 48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1% 수준인 15억원으로 감축했다.

대우건설도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120명에 달한 기술인력을 지난해 말 현재 85명 수준으로 줄였다. 또 연구과제도 중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기술 개발보다는 현업부서에서 즉시 사용한 가능한 단기적인 과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도 99년 29명이던 기술연구소 인력을 19명으로 줄여 운영하는 등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건설기술 개발을 축소하고 있다.

정부도 건설기술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정부의 총 연구개발 예산이 지난해보다 15%나 늘었지만 건설교통부의 연구개발예산은 64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 가까이 줄었다.

가뜩이나 한국의 건설기술이 선진국의 70∼80% 수준에 불과한 상태에서 이같은 추세는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제조업에서는 기술 개발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며 “건설업도 예외일 수 없음을 기업이나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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