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JAPAN]"가전서 IT로" 日전자업계 잰걸음

  • 입력 2002년 4월 24일 15시 03분


‘정보기술(IT) 시장의 세계 지도를 바꾸겠다.’

21세기 핵심산업인 IT 시장을 향한 일본 가전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IT 산업은 성장 한계에 직면한 일본의 가전업체들이 찾아낸 새로운 대안. 소니, 도시바, 마쓰시타, 샤프, JVC 등 기업들은 가전업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잘라내고 IT 기업으로의 변신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가세로 IT 시장의 질서도 흔들리고 있다. 소니,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은 국제 무대에서 IBM, 마이크로소프트, HP 등 IT분야 메이저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도세력으로 떠올랐다. 일본 업체들의 첨단 IT 상품들은 한국 시장에도 밀려 들어 관련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소니의 변신〓“소니는 더 이상 가전 업체가 아니다.”

안도 구니타케 소니 사장은 지난해 가전업체로서의 소니의 역사가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는 TV나 워크맨보다 PC, 게임, 정보기기가 소니의 주력 상품이 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소니는 PC, 통신,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IT 분야의 사업을 강화하면서 이익이 나지 않는 가전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가전 공장의 33%를 폐쇄했고 주변기기 및 부품 사업에도 메스를 댔다. 이 결과 소니 전체 영업이익 중 전자 부문의 비중은 11%까지 줄어든 반면 게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1%까지 높아졌다.

IT 분야의 사업 영역도 PC와 게임기 중심에서 개인휴대단말기(PDA), 휴대전화기 등 분야로 차츰 넓히고 있다.

소니는 최근 일본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니프티’를 인수한 데 이어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인 AOL 타임워너와도 손을 잡았다. 스웨덴의 에릭슨과 손잡고 세계 휴대전화기 시장도 노크하고 있다. 신제품 ‘클리에’를 내세워 PDA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노트북과 데스크톱 등 ‘바이오’시리즈의 인기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새로 내놓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는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소니를 바라보는 IT 업계의 시선도 달라졌다. 90년대 후반 ‘바이오’시리즈 PC와 플레이스테이션을 앞세워 처음 IT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이를 무모한 도전으로 여겼던 것과는 판이한 상황.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능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소니의 상술은 기존의 IT 분야 업체들에는 커다란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가전의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하는 전략〓뒤늦게 노트북 시장에 뛰어든 소니가 선보인 첫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

기존의 노트북 메이커들은 생각지도 못한 마그네슘 합금 케이스로 이 분야 최고를 지켜온 IBM ‘싱크패드’를 단번에 2위로 밀어냈다. 워크맨으로 다진 세계 최강의 소형가전 디자인 노하우를 IT 분야에 적용한 것.

샤프 후지쓰 도시바 등 일본산 노트북의 특징은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리하고 디자인이 우수하다는 것. 일본산 노트북과 데스크톱이 세계 시장에서 명품으로 각광받음에 따라 제품 디자인에 힘을 쏟는 IT 기업들이 늘고 있다.

가전분야의 인프라를 IT 산업에 최대한 접목하는 것은 일본 업체들만의 독특한 전략. JVC의 디지털캠코더 신제품은 ‘웹카메라’ 기능이 있어 PC와 연결해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으로 전송하고 화상채팅도 할 수 있다.

소니의 노트북과 데스크톱에는 디지털캠코더, VCR, TV, 오디오,게임기 등 자사의 가전제품과 연결해 쓸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또 대부분의 가전제품에는 ‘메모리스틱’ 단자가 달려 있어 음악이나 영상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

일본 업체들은 올들어 PC와 연결해 음악을 편집하는 휴대용 오디오,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디지털 오디오 등 신개념 정보기기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가전과 IT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정보기기 시장에 퓨전 열풍을 불러왔다.

▽우수한 IT 산업 기반〓소니를 제외한 히타치, 마쓰시타, 도시바 등 내로라 하는 가전업체들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그러나 IT 분야 전반으로 일본 기업들의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비(非)메모리 산업. 일본 업체들은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하이닉스 등에 내줬지만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탄탄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도시바와 NEC는 비메모리 분야의 우위를 바탕으로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2위와 6위 자리를 각각 지키고 있다.

최근 들어 히타치와 미쓰비시가 디지털가전 및 자동차 기기의 핵심부품인시스템대규모집적회로(LSI) 사업을 통합한 것이나 도시바와 후지쓰가 손잡은 것은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 도시바와 소니는 IBM과 제휴해 플레이스테이션3에 쓰일 고성능 칩 개발에 착수했다.

일본 IT 산업의 탄탄한 기반은 슈퍼컴퓨터 시장의 선전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후지쓰는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중 19대를 제작한 이 분야 6위 업체. IBM, HP, SGI 등 미국 IT기업들이 상위권을 휩쓴 가운데 NEC와 히타치는 각각 8위와 9위를 지키고 있다.

NEC, 도시바, 마쓰시타,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의 세계 휴대전화기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 일본은 그동안 독자적인 휴대전화 규격을 고집해 국제 무대 진출이 늦었다.

그러나 올들어 무선인터넷 및 3세대 단말기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나서 단말기 수출 강국인 한국을 뒤쫓고 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업체별 세계 PC시장 현황
순위업체점유율(%)
112.7
2컴팩11.6
3HP7.4
4IBM6.2
5NEC4.6
6게이트웨이3.4
7도시바3.2
8후지쓰3.2
9에이서2.6
10후지쓰-지멘스2.4
2001년 11월 현재
자료:슈퍼컴퓨터 TOP500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업체별 공급 현황
업체대수점유율(%)
IBM16032
HP15330.6
SGI408
크레이397.8
선마이크로시스템306
후지쓰193.8
컴팩163.2
NEC163.2
히타치142.8
2001년 6월 기준
자료:데이터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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