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높은 사망률 통계 적용 매년 수천억 챙겨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22분


생명보험 가입자들이 턱없이 비싼 보험료를 내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평균수명 연장으로 국민의 사망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보험료는 과거의 통계자료에 근거해 받고 있는 것.

생명보험사는 미리 예상한 사망률, 자산운용수익률, 사업비 등을 감안해 보험료를 책정한다.

이들 예상치가 실제와 달라 예상 밖의 이익이 나면 이를 보험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제대로 돌려주지 않고 있다.

▽10년 전 통계자료 적용〓생보사들은 1997년부터 보험개발원이 작성한 ‘제3회 경험생명표’에 근거해 보험료를 정하고 있다. 이 표는 88∼92년 생보사 보험가입자의 사망률통계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 2회 경험생명표는 85∼87년 통계치를 근거로 92∼96년 적용됐다.

이처럼 경험생명표는 과거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어 실제 사망률은 훨씬 낮은데도 높은 사망률을 적용해 보험료가 정해진다. 통계청이 집계한 전체 국민의 평균사망률은 92년 0.56%에서 2000년 0.52%로 0.04%포인트나 낮아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생보상품의 사망률과 질병발생률은 낮아지고 있고 재해율은 올라가고 있다”며 “현재의 경험생명표에는 이러한 추세가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보험료 할증〓보험료 가격이 자유화되면서 보험사들은 경험생명표를 기초자료로 해 보험료를 할증 또는 할인한다.

보험개발원의 경험생명표 자체도 실제사망률에 20∼30%를 할증해 최종사망률을 정하는데 보험사들은 최종사망률에 다시 30∼100%를 할증해 보험료를 정한다. 사망률을 계속 높게 잡으니 보험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예정사망률과 실제사망률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사의 이익을 사(死)차익이라 하는데 보험사들은 2000회계연도에 7000억원이 넘는 사차익을 냈다.

▽배당금, 갈수록 줄어든다〓생보사의 상품은 이익이 날 경우 가입자에게 이익의 90%를 돌려주는 유배당상품과 배당금이 없는 대신 보험료가 싼 무배당상품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유배당상품이 90%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60% 수준으로 줄었고 대신 무배당상품이 40%가량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사차익 배당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99회계연도에는 사차익 중 30%만 계약자에게 돌려줬다. 보험료가 높게 책정된 무배당상품에서 발생한 사차익은 모두 회사몫으로 돌아간다.

금융연구원 정재욱 박사는 “예정사망률을 너무 높게 잡아 사차익을 내는 것은 계약자에게 부당하게 보험료를 많이 내도록 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2000회계연도에 국민이 낸 생명보험료는 연간 51조6500억원이나 된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생보업계의 연도별 사차익 및 사차익배당 규모 (단위:억원)
회계연도사차익사차익배당금
95년3,1951,507
96년4,7001,686
97년 5,5912,456
98년6,3242,712
99년6,913 1,997
2000년7,286 미집계
자료:생명보험협회, 보험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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