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잘키운 브랜드 '기업 생명줄'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45분


나이키 소니 인텔 BMW 샤넬 루이뷔통….

이름만 들어도 일단 믿음직한 세계적인 브랜드들이다. 주머니가 두둑한 소비자라면 아무리 비싼 제품이라 해도 이들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브랜드가 가진 힘.

저가(低價)를 무기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리던 한국 기업들도 이제 브랜드 파워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일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 경쟁시대에선 전세계 소비자가 인정해주는 일류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것.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치밀한 브랜드 전략을 세우는가 하면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는 담당부서를 신설하고 세계의 브랜드 관리전략을 벤치마킹하기도 한다.

▽이제 경쟁상대는 세계〓현대자동차는 새로운 차종을 개발할 때마다 전문 브랜드컨설팅 업체를 찾는다. 신제품의 이미지와 타깃 소비자층, 목표 시장점유율, 목표 수출시장에 맞춰 브랜드전략을 세우고 제품명을 결정한다. 지난해 발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테라칸’과 5인승 미니밴 ‘라비타’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미국의 중산층 이상 소비자를 겨냥한 테라칸(‘대륙의 황제’를 뜻하는 라틴어)은 힘있고 고급스러운 제품 이미지에 맞춰 이름이 지어졌다. 라비타(‘삶’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유럽의 젊은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LG전자도 하반기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일명 벽걸이TV) ‘X캔버스’를 시판하기 전 제품 이름 앞에 LG라는 사명을 붙여야할지를 고민하다 다국적 브랜드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 런던오피스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그 결과 해외시장에서는 LG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한국시장보다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LG를 떼내고 제품명만으로 승부를 걸기로 결정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값싼 이미지를 벗기 위해 ‘렉서스’라는 브랜드 이름만으로 미국 고급차 시장에 도전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삼성전자는 외국 브랜드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고급가전 시장에서 고화질 프로젝션TV ‘파브’와 고급형 양문닫이 냉장고 ‘지펠’을 삼성이라는 회사명을 떼내고 팔고 있다.

외국에서 벤치마킹 상대를 골라 브랜드관리 전략을 배워오는 기업도 있다. KT(옛 한국통신)와 KTF는 지난해말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본사를 방문, 실무자들을 만나 선진기법을 전수받았다.

한국담배인삼공사 현대산업개발 풀무원 등은 지난해말 브랜드 파워의 중요성을 인식해 브랜드 이미지만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별도 부서를 만들었다.

인터브랜드의 송수진 부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한국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며 올해 20% 정도의 매출 신장을 내다봤다.

▽왜 브랜드인가〓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설비 부동산 등 장부가치와 브랜드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非)장부가치의 비중이 30대 70 정도로 비장부가치가 훨씬 커지는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세계 최고의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2000년말 기업가치는 총 1440억달러(약 187조원)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장부가치는 95억달러(약 12조원) 정도인 반면 브랜드가치는 725억달러(약 9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브랜드전략 이렇게 짜라〓기술개발로 제품의 기능이 비슷해지고 세계적 명품과 경쟁해야 하면서 어떤 기업도 브랜드 가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브랜드를 기업전략적 차원에서 성장시키려면 전문가 집단을 양성하고 독립 부서를 신설해야 한다는 것. 1890년대부터 브랜드 매니저를 두고 있는 프록터 앤드 갬블(P&G) 등 외국의 유명기업은 대부분 재무담당임원(CFO)이나 정보담당임원(CIO)과 같은 브랜드담당임원(CBO)를 두고 있다.

2000년부터 산업자원부와 공동으로 한국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평가해온 산업정책연구원 신철호 원장은 “브랜드 관리는 당장 눈에 보이는 영업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자칫 소홀하게 여기기 쉽다”며 “그러나 지금 최고의 브랜드를 가진 외국 기업은 오랫동안 꾸준하게 투자해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문달주 소장은 “브랜드의 힘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자산”이라며 “앞으로는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는 강한 브랜드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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