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금감위· 국회도 책임 면하기 어렵다"

  • 입력 2001년 12월 4일 21시 29분


이상룡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으로 공적자금 관리부실에 따른 책임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될 전망이다. 공적자금 관리 및 회수등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예보 사장이 물러날 경우 1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과다투입 하도록 정책 판단을 내린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및 국회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법무부는 부실기업 처리지연에 대해, 자산관리공사는 부실채권 고가매입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예보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당연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예보는 부실기업주에 대한 재산조사를 소홀히 했다. 예보는 그동안 부실책임자 3051명에 대해 8627억원을 손해배상 청구하고 9723억원어치의 재산에 대해선 가압류 조치를 했다. 올해부터 부실관련자에 대한 조사권이 부여된 만큼 이정도 찾아낸 것만해도 큰일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결과, 금융기관에 1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힌 4028명과 부실책임이 있는 금융기관 임직원 1336명이 자기명의로 갖고 있는 13조5872억원 가운데 6조1777억원은 가압류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예보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특히 한스종금과 나라종금등의 대주주가 해외로 빼돌린 재산에 대해선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보만 책임을 지고 공무원이나 국회가 빠져 나가는 것은 이 사장을 희생양으로 삼아 공적자금 책임문제를 비껴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 수밖에 없다. 한 전직 재경부 관료는 공적자금 책임문제의 핵심은 제일은행을 헐값에 팔았느냐의 여부 라고 지적했다. 당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환란(換亂)의 책임을 물어 강경식(姜慶植) 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 경제수석을 구속시켰던 것과 형평성을 맞추려면 관련 공무원에 대한 책임여부도 가려야 한다는 것.

감사원은 2차 공적자금 조성이 늦어져 공적자금 부담이 커진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0년 5월에 이미 공적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는데도 그해 말에 가서야 조성함으로써 공적자금 투입이 늦어지고 기업·금융구조조정이 지연됐다는 것.

신협 예금을 예금보호 대상에 넣은 국회의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진념 부총리는 신협 예금이 예금보호 대상에 들어간 것은 잘못 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낸 예금보험법 개정안에 없던 것을 국회의원들이 넣었기 때문이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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