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반도체업계 구조조정 바람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6시 29분


국내외 반도체 D램 업계의 구조조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불황 여파로 일본과 대만의 D램 업체들이 잇따라 공장 문을 닫고 하이닉스반도체와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은 감산 정책으로 버티고 있다. 특히 앞으로 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 합병이 될 경우 경쟁력이 뒤지는 일본과 대만업체 가운데 쓰러지는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D램 업계의 구조조정이 계속되면 96년 이후 D램의 만성적인 공급과잉 구조가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 호재가 된다.

▽반도체 D램업체 구조조정 본격화= 잇따라 감산 및 공장폐쇄를 단행하는 것은 공급물량이 넘쳐 현물가격이 제조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 반도체 D램 생산 1위 회사인 삼성전자조차 적자를 내고 있고 후발업체들은 생존의 기로에 처해 있다.

D램 업계 구조조정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은 일본. 도시바는 1만7000명의 인력을 줄이면서 인피니온과 메모리부문 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각이 안 되면 D램 부문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NEC는 스코틀랜드 등 해외에서의 D램 생산을 중단했으며 D램 생산라인만 별도로 떼내 히타치와의 합작회사인 엘피다 메모리로 넘겼다.

대만의 윈본드사도 D램 생산을 줄이기로 했으며 뱅가드사는 98년 100% D램 생산업체였으나 파운드리 업체(설계는 하지 않고 생산만 하는 업체)로 탈바꿈했다.

▽경쟁력없는 D램 업체는 생존 어려울듯=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대만과 일본의 반도체업체들은 지금 생사갈림길에 서 있다. 80년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일본이 최근 감산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는 것은 그동안 R&D(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 교보증권 김영준 책임연구원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회사는 더 이상 반도체에 미련을 갖지 않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히타치는 D램 생산공장인 싱가포르 현지공장 종업원 430명을 줄이고 공장가동률을 현재 60%선에서 30%로 크게 낮추기로 했다. 일본 후지쓰도 미국 오리건주 그레셤 반도체 생산공장을 내년 1월말까지 가동중단한 뒤 폐쇄하기로 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합병이 가시화될 경우 경쟁력이 약한 일본과 대만업체들은 무더기로 D램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국내외 D램업계의 구조조정 바람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업계의 경쟁력강화에는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영해 박정훈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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